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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성공 '무도 가요제', 관객이 만든 얼룩도 지웠다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무한도전 가요제'가 '문화 유산'으로 자리잡고 있다.

2015 MBC '무한도전 가요제'가 22일 오후 방송됐다. 알펜시아 스키 점프대의 수려한 장관에서 펼쳐진 광희·지디&태양, 박명수·아이유, 하하·자이언티, 정준하·윤상, 유재석·박진영, 정형돈·혁오 등 6팀의 혼신을 다 한 무대는 '평창의 밤'에 이어 안방극장까지 울렸다.

'무한도전'의 가요제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기록들을 쏟아냈다. 한 예능 프로그램이 기획한 야외 행사이자 녹화 현장에, 이틀전부터 텐트까지 쳐 가며 수만명이 몰리는 현상이 흔한 일일까. 공연의 흥행을 위해 거대한 홍보비를 사용하며 광고를 이어가는것이 보통인 반면, 김태호 PD는 오히려 '숲속의 작은 축제를 열고 싶다'고 말했고, '가요제를 즐기기에 최적의 공간은 집'이라고 말했다. 또한 가요제 당일 오전 8시에 날라든 '정오 입장 마감, 아직 집이시면 본방사수'라는 긴급공지에도 불구하고 현장에는 4만명이 몰려들었다. 또한 방송의 시청률은 21%(닐슨코리아·전국기준)를 넘겼고, 직후 발매된 음원은 23일 오전 기준 8개 음원차트에서 고스란히 '줄세우기'에 성공했다. 게다가 그 수익금은 '불우이웃돕기'에 쓰이기로 약속돼 있다. '무한도전 가요제'를 이 시대 문화 유산이라 불러도 과언이 아닌 이유다. '신화' 같았던 평창의 밤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 현장 못갔지만 괜찮아, 안방극장까지 전달된 감동

'가요제' 본방은 평창 현장을 찾지 못한 시청자들의 조급했던 마음을 달래기 충분했다. 온 가족이 편안하게 TV앞에 앉아 6팀의 아름다운 음악과 화려한 무대를 즐겼고, 현장의 열기는 김태호PD의 편집으로 배가 됐다. 대기실 안의 흥미진진한 이야기와 출연진의 인터뷰를 보는 재미는 덤이었다.

포문을 연 광희·지디&태양의 '황태지' 팀은 1번 주자였지만 피날레 같은 무대를 펼쳤다. '맙소사'를 부른 88년생 동갑내기 3명의 호흡은 예상보다 훌륭했고, '장난꾸러기'로만 여겨지던 광희의 진지한 열정과 지디·태양의 노련함과 잘 어우러졌다.

단발머리에 '마틸다'로 변신한 아이유는 박명수와 함께' 이유 갓지 않은 이유'팀을 맺어 '레옹'을 선보였다. 아이유의 아름다운 음색에 EDM을 가미한 박명수의 랩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며 흥겨운 방송을 이어갔다. 개성있는 목소리를 가진 두 사람 하하·자이언티가 뭉친 '으뜨거따시'팀은 검정색 의상을 맞춰입고 등장해 '스폰서'를 불렀다. "'황태지'가 화려하고 훌륭한 퍼포먼스라면 우리는 절제미를 보여드리겠다"는 하하의 말대로, 화려한 댄스보다는 두 음색이 만들어내느 화음이 인상적이었다.

전체적으로 신나는 곡이 이어진 가운데 이적과 유재석이 부른 '말하는 대로'는 흥분한 시청자들에게 은은한 울림을 줬다. '무도 가요제' 역대 선호곡 1위로 꼽힌 이곡은 현장은 물론 시청자들에게도 '떼창'을 이끌어냈다. 이어 '상주나' 팀의 정준하는 윤상이 만들어낸 '고급 멜로디' 위에 화려한 래핑을 곁들였다. 깜짝 등장한 효린은 특유의 찌를듯한 고음으로 양념을 쳤다. 유재석과 박진영의 '댄싱 게놈'은 작정하고 화끈한 무대를 펼쳤다. 그들이 부른 '아임 소 섹시'는 댄스에 맺힌 유재석의 한을 풀기 충분했다. 정형돈과 밴드 혁오가 뭉친'오대천왕'팀의 의 마지막 무대는 대단원을 마무리하는 곡 다웠다. 컨트리 장르의 흥겨운 멜로디에 정형돈과 오혁의 목소리가 경쾌하고 신났다. 가요제 말미에는 모든 출연자들이 무대에 올랐고, 2017년을 기약하며 인사했다.

▶ 가요제 '옥의 티'는 관객들, '시지프의 신화' 쓴 김태호 PD

이번 가요제는 개최일인 13일부터 22일 방송전까지 갖가지 잡음에 시달리며 우려를 자아낸 바 있다. 결국 방송은 성공적으로 마무리 됐지만, '국민예능'을 시청하는 관객들의 시민의식이 안타깝다는 평은 오래갈 듯하다. 현장을 찾은 관객들은 개최일 다음날 공개된 '쓰레기' 사진으로 뭇매를 맞았다. 당시 관객들은 가요제의 후반부터 조금씩 '출구'쪽으로 몰리기 시작하더니, 모든 출연자들이 모여 마지막 인사를 하는 시점에는 이미 3분의 1이 빠져 나갔다. 수많은 인원이 빠져나간 자리는 쓰레기가 남았다. 들판 뿐 아니라 화장실 주변은 담배꽁초로 넘쳐났고, 복도의 곳곳에는 '쓰레기 산'이 생겨나기도 했다.

이후 논란이 거세지자 김태호 PD를 비롯한 '무한도전' 제작진이 직접 나섰다. 15일 제작진은 리조트 외곽 도로와 진입로, 공연장 안쪽까지, 깨끗하게 청소된 사진을 올렸다. 또한 '심려를 끼쳐 죄송합니다'라고 쓰레기를 버린 관객들 대신 고개를 숙였다. '제작진의 청소'가 아닌 현장의 관객들이 한 짐씩 뒷처리를 했다면 더 아름다운 축제로 기억될 수 있었다.

'전화번호 공개' 피해도 있었다. '스폰서' 무대의 자이언티의 아버지가 LED 영상으로 등장해 자이언티의 전화번호를 공개했다. 현장에서는 "유사 번호에 장난전화를 걸어주지 말아달라"는 당부가 있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결국 유사한 번호를 가진 이들에게까지 전화가 폭주해 피해를 입었다. '무한도전'측은 이번에도 수습에 나섰다. 제작진은 '관련 내용은 방송 내용에서 편집했고, 판매 음반과 온라인 음원에서도 전화번호를 삭제 조치했다. 또한 '공연에서 공개됐던 자이언티 전화번호는 통신사와 협의 후 착신 정지 상태로 해둔 상황'이라고 전했다.

가요제 후 김태호 PD의 트위터 프로필에는 '시지프스...'라는 짧은 문구가 올랐다. 이 문구에는 김태호 PD의 지친 마음이 담겨 있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시지프(시시포스)는 신들로부터 '영원토록 바위를 정상으로 운반해야 하는 형벌'을 받았다. 온 힘을 다해 거대한 바위를 산꼭대기에 밀어올리면, 곧 다시 굴러 떨어졌다. 시지프는 그 바위를 영원히 정상까지 운반하는 작업을 되풀이해야만 한다.

토요일마다 수백만의 눈이 지켜보는 '국민 예능'을 소화하고, 2년마다 '가요제'를 여는 김태호 PD의 마음이 바로 시지프와 같다. 그는 이미 '하늘까지 솟은' 국민의 기대감을 만족시켜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매회 어김없이 '정상'의 자리에 걸맞는 성적을 내고 박수를 받은 직후부터는, 곧바로 다음 아이템과 다음 가요제에 대한 구상하는 무게감을 온몸으로 버텨내야 한다. 토요일마다 주중 스트레스를 날려주며 10년에 걸쳐 큰 웃음까지 안겨준 프로그램이다. 김태호PD의 고독한 싸움과 '무한도전'의 끝없는 도전에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힘을 보태야 할 때다.

박현택 기자 ssalek@joongang.co.kr
온라인 중앙일보 jst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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