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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협상중 도발 움직임 도대체 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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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관영매체들이 22일 남북고위급회담 소식을 비교적 빨리 전하면서 ‘대한민국’ 국호를 사용한 것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보수정권 들어 처음으로 ‘대한민국’ 국호 사용”이라거나 “북한이 회담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 문제에 정통한 전문가들은 이는 지나친 해석일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북한은 박근혜정부 출범 첫 해인 지난 2013년 9월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2013 아시안컵 및 아시아 클럽역도선수권대회에서 한국 선수들이 우승하자 태극기를 게양하면서 한국의 애국가를 연주했다. 이명박정부 때였던 2008년, 북한은 평양에서 개최될 예정이던 남북 축구대표팀의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전에서 “태극기 게양과 애국가 연주는 안 된다”고 버텼다. 결국 해당 경기는 평양이 아닌 중국 상하이에서 열렸다. 이랬던 북한이 2013년 돌연 태도를 바꾼 것을 두고 당시 “김정은 정권 들어 유연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식의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 경기 직후 중국에서 북한 내각 관계자를 만났던 남측 대북 전문가가 태극기 게양 및 애국가 연주를 한 것을 두고 “남조선이 그렇게 기뻐할 필요는 없던데 참 좋아하더라”는 답을 했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북한이 지난 22일 으레 쓰는 명칭인 ‘남조선’ 혹은 ‘괴뢰패당(미국의 꼭두각시라는 뜻의 표현)’이 아닌 ‘대한민국’ 국호를 사용한 것에 과도한 해석을 둘 필요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 중론이다. 경남대 김근식(북한학) 교수는 “북한이 이번 협상에서 어쨌든 남측을 국가로 인정한다는 뜻으로 ‘투 코리아(Two Koreas)’ 전략을 쓰는 맥락으로 봐야한다”며 “북한이 ‘대한민국’ 국호를 썼다고 해서 이번 회담에 북한이 남측에 더 적극적으로 나오는 게 아니냐는 식의 해석은 지나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지난 4일 경기도 파주에서 발생한 목함지뢰 도발 사건과, 지난 20일 서부전선에서 일으킨 포격 도발과 관련해 유엔 및 국제사회에 소명을 해야 할 경우를 대비해 일부러 ‘대한민국’ 국호를 사용했다는 흔적을 남겼다고 보기도 한다. 국호를 사용함으로써 북한이 국제사회를 향해 “우리는 한국을 도발의 대상이 아니라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로 대해왔다”고 주장할 수 있는 ‘트랙 레코드(track record, 전례)’를 기록하기 위한 의도가 깔려 있다는 것이다. 서강대 김영수(정치외교학) 교수는 “북한은 필요한 경우에만 골라서 ‘대한민국’ 국호를 써왔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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