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캠핑 떠날 때 ‘문어발 콘센트’는 두고 가세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5면

캠핑의 시대다. 통계청에 따르면 캠핑 인구는 2011년 60만명에서 지난해 300만명으로 3년새 5배나 늘었다. 캠핑장도 2011년 425개소에서 지난해 1900개로 4배 이상 늘었다. 텐트와 기초장비를 챙기고 떠나는 일반 캠핑부터 차에 장비를 싣고 떠나는 오토캠핑, 고정식 텐트에서 자는 글램핑 등 종류도 다양해졌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커지는 규모만큼 캠핑장 사고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3월 인천 강화도의 한 캠핑장에서 텐트 내 전기 패널에서 불이 나 어린이 3명을 포함해 7명의 사상자를 냈다. 4월에는 경기 가평군의 캠핑용 트레일러(카라반)에서 일가족이 가스 난로를 틀어놓고 자다가 일산화탄소에 중독돼 1명이 숨졌다.

지난 3월 인천 강화의 한 캠핑장에서 일어난 화재 사고는 캠핑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 일으켰다. 캠핑에서는 전기·가스로 인한 화재·질식 등이 인명 사고로 이어진다. 캠핑장 내에서는 가스 사용·관리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중앙포토]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6월 ‘야영장 안전 관리기준 강화 법안’을 마련했다. 이동식 텐트 안에서 전기·가스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이다. 그러나 캠핑을 즐기는 이들이 크게 반발했다. 정부는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자연 자체를 즐기는 캠핑의 본래 취지를 살리자’는 입장이지만 캠핑을 즐기는 이들과 캠핑업자들은 “전기 사용 금지는 캠핑을 하지 말라는 것과 다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문체부가 한발 물러서 3년 유예 후 시행하고, 유예 기간에 전기는 600W 이하, 액화석유가스(LPG) 용기는 13㎏ 이하만 사용을 허용하기로 했다. 남궁충열 대한캠핑협회 이사는 “가족 단위 캠핑 문화가 발달된 한국에선 전기·가스 용품 사용이 필수적이다. 보다 실질적이고 합리적인 안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내 캠핑장 관리와 제도, 안전시설은 여전히 후진국형이다. 잇따른 사고에도 지난 3일 끝난 전국 캠핑장 등록률은 50%대에 불과했다. 인·허가 절차를 밟지 않은 캠핑장들이 아직도 많다. 그만큼 안전 관리는 무방비 상태다. 지난 2013년 국립재난연구원에서 전국 809개 공공·민간 캠핑장을 골라 실시한 안전점검에선 79%가 최하위 등급인 ‘E등급’을 받았다.

 6년째 캠핑 동호회 활동을 하고 있는 이성현(39)씨는 “지역 캠핑장들 중엔 누전차단기·연기감지기는 물론 소화기조차 안 갖춘 곳이 상당수다. 사고가 나면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안전 강화 법안이 시행돼 영업정지 등의 처벌이 가능해졌지만 이전까진 마땅한 처벌 기준이 없어 지방자치단체에서 권고나 계도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공공 캠핑장도 마찬가지다. 서울시는 최근 공공용지 내 캠핑장 10곳을 대상으로 감사를 벌인 뒤 6곳에 32건에 걸쳐 시정 또는 개선을 권고했다. 194개동에 이르는 난지캠핑장에는 소화기가 150대밖에 없었고, 서울대공원 캠핑장은 최소 3m는 돼야 할 텐트 간 거리가 50cm에 불과했다. 안전 요원이 아예 없는 캠핑장도 있었다.

 이용자들의 안전불감증도 문제다. 강화·가평 사고는 텐트 내에서 전기·가스를 사용하다 화재·질식 등으로 인해 인명 사고가 난 경우다. 석영준 대한캠핑협회 사무총장은 “캠핑을 할 때 문어발식으로 전기 콘센트를 사용하는 건 금물이다. 과부하가 걸려 캠핑장 내 다른 이용객들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다. 텐트 안에서는 가급적 가스를 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선진국은 체계적인 제도를 통해 안전한 캠핑을 유도하고 있다. 독일은 캠핑 시설의 위생·서비스 등 41개 영역을 평가해 5개 등급으로 나눠 관리하는 인증제를 시행하고 있다. 호주는 주 정부나 의회가 시설 설치와 안전 규정을 제도화했다. 미국은 캠핑협회(ACA)가 등급평가 인증제를 실시하고 있고, 일본은 캠핑과 관련한 다양한 보험 가입을 유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캠핑 안전을 위해 법규를 정비하고 제도 개선에 나섰다. 지난 4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야영장 안전 관리기준 강화 법안’은 글램핑장이나 카라반 등의 야영장에 누전차단기와 연기감지기를 의무적으로 비치하고, 매월 1회 이상 안전점검을 시행하는 게 골자다. 21일에는 캠핑단체·동호회·연구기관·학계 등과 함께 친환경 캠핑문화 추진 민간협의회를 발족한다. 석 총장은 “시설·제도 보완만큼 안전 수칙 보급도 중요하다. 초보 캠핑족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동영상을 만들어 계도·교육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지한 기자 hanskim@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