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변수로 주가 하락 … 외국인 따라하는 매도 자제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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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0.86% 하락 코스피 지수가 하락한 19일 장 마감 직후 서울 을지로 외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이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코스피는 전날보다 16.88포인트(0.86%) 내린 1939.39로 거래를 마쳤다. [뉴시스]

19일 코스피 지수는 1% 가까이 급락하며 1930선으로 밀려났다. 이날 외국인 투자자는 256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 12일부터 3거래일간 매일 2000억~3000억원어치 순매도했던 것에 비하면 매도세가 눈에 띄게 줄었다. 그러나 이날 개인 투자자는 1868억원어치를 팔아 치웠다. 외국인 투자자가 2000억~3000억원어치를 팔 땐 오히려 순매수하거나 관망하던 개인 투자자가 외국인 매도세가 한풀 꺾인 18일부턴 거꾸로 1000억원대 순매도로 돌아섰다. 외국인이 파는 걸 확인한 뒤 뒤늦게 ‘묻지마’ 투매에 나섰다는 얘기다.

 ‘추격 매수 추격 매도’. 개인 투자자가 주식 시장에서 필패하는 투자 패턴이 이번에도 반복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주가 급락은 국내 요인보다는 해외 변수에 의해 촉발된 현상인 만큼 외국인이나 단기 주가 흐름에 부화뇌동하는 건 위험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올 들어 가장 많은 투자자금을 유치한 메리츠자산운용 존 리 대표는 “장기 투자자 입장에서 증시 급락기는 백화점 할인 기간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평소 사고 싶었던 주식이나 투자하고 싶었던 펀드가 있다면 투자해야 할 시기라는 얘기다.

 특히 국내 펀더멘털이 아닌 외부 충격에 의해 주가가 급등락할 때는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론 섣부른 환매보다 보유 후 선별 환매 전략이, 장기적으론 평소 눈여겨봐 뒀던 종목을 매수할 기회로 삼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프라이빗뱅커(PB)는 “주식이 떨어지면 투자자들이 불안해하기 때문에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고 조언하게 된다”며 “그러나 돈을 버는 투자자는 이런 시기에 주식을 산다”고 했다.

 지금은 단기 주가흐름보다는 자신의 투자 바구니를 보고 투자 전략을 재점검해야 할 시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곽병열 현대증권 연구원은 “시장을 움직이는 건 외국인인데, 외국인은 환율에 따라 팔고 산다”며 “당분간 원화 약세가 예상되는 만큼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생기는 수출 기업의 성과가 개선될 수 있다”고 말했다. 내수주보다는 수출주가 유리할 수 있다는 뜻이다. 사내유보금을 넉넉히 쌓아둬 배당 여력이 큰 종목도 주가 조정기엔 대안이 될 수 있다.

 포트폴리오는 공격적이기보다 방어적으로 짤 것을 추천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경기가 둔화되는 와중에 미국이 금리 인상을 계획하고 있어 기업 실적이 개선되기 힘들다”며 “성장 기대감에 근거해 주가가 오른 성장주보다는 기초체력(펀더멘털)이 탄탄하고 저평가돼 있는 가치주를 투자 바구니에 담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구 연구원도 “성장주·중소형주 비중은 줄여 현금화하고 저평가된 대형주·가치주 비중을 확대하라”고 했다. 증시가 작은 충격에도 요동칠 때는 대출을 받아 투자하는 건 절대 피해야 한다. 미처 빠질 틈도 없이 주가가 급락해 버릴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정선언·이승호 기자 jung.sune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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