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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의 어설픈 증시 정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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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폴 크루그먼
경제 칼럼니스트

중국은 ‘공산당’이라 칭하는 정당이 통치하는 국가다. 그러나 중국의 현실은 탐욕스러운 정경유착이 뿌리를 내린 자본주의다. 지금껏 우리는 중국 지도층이 겉으로 내세우는 사회주의 이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짐작해 왔다. 말로는 마르크스 경제학을 내세워도 현실에선 자본주의 시장의 논리를 그대로 따르고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그러나 지난 몇 달간 갈팡질팡을 거듭해 온 중국의 경제정책을 보면 걱정스럽기 짝이 없다. 중국이 나라를 개방한 지 40년이 가까워온다. 그런데도 그들은 ‘시장’이란 존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는 걸까?

 상황은 이러하다. 중국 경제는 심한 불균형에 직면해 있다. 국민총생산에서 소비의 비중은 너무 낮고, 투자의 비중은 너무 높다. 이런 잘못된 구조를 지탱하려면 고성장을 유지해야 한다. 그러나 잉여 노동력이 바닥나면서 중국의 성장은 정체됐다. 투자 수익도 급감하고 있다. 이는 투자를 줄이고 소비를 늘려야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정부가 성장의 과실을 폭넓게 배분해 가계를 안정시키는 개혁에 나서야 풀릴 수 있다. 중국 정부도 그 필요성을 인정해 몇 가지 개혁조치를 하긴 했다. 그러나 갈 길은 아직도 멀다.

 문제는 이런 과도기에 소비를 어떻게 지속시키느냐는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상황이 꼬이고 있다. 그동안 중국 정부는 부분적인 인프라 소비를 통해 경제를 부양해 왔다. 정부가 취약한 경제구조를 보완하기 위해 동원하는 대표적 정책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의 국유기업들은 정부의 힘을 빌려 저금리로 대출받아 왔다. 그 결과 이들 기업의 부채는 급속히 증가했다. 급기야 지난해부터는 국영기업들의 부채가 중국 전체의 금융 안정성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그러자 중국은 공식적으로 주가 부양 정책을 폈다. 주식 매입을 권장하고, 신용거래 보증금 기준을 완화했다. 그 결과 신용대출을 통한 주식 매입이 가능해졌다. 국유기업 부채를 축소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이로 인해 거품이 형성됐다. 이 거품은 올해 봄을 넘어서야 꺼지기 시작했다.

 이런 일련의 사태에 대해 중국 당국이 취한 반응은 예상 밖이었다. 시장을 떠받치기 위해 레드(금지)카드를 남발한 것이다. 주식 종목의 거래가 다수 중지됐고, 공매도도 금지됐다. 대형 투자자는 주식을 매입하라는 압박을 받았다. 중국 대학 경제학과 졸업생들은 “A주를 되살려라, 인민을 살려라”는 구호를 외치게 됐다.

 중국 당국의 이 같은 조치는 일단 시장을 안정시키는 데는 도움을 줬다. 그러나 중국의 국가 신용도는 주가 하락을 막을 수 있느냐의 여부에 좌우되는 위기에 처했다. 당황한 중국 당국은 지난주 위안화를 평가절하하는 초강수를 뒀다.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5년 전만 해도 위안화 가치는 형편없이 낮았지만, 지금은 상당히 높아진 상태다. 그래서 중국 당국은 위안화를 어느 정도 평가절하해도 환율 통제가 가능하다는 환상에 젖어 있던 것 같다. 하지만 위안화가 평가절하되자 투자자들은 빠른 속도로 중국에서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충분히 예측 가능했던 시장의 반응이다. 위안화 가치 절하는 중국 당국이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라, 앞으로 가치가 더 큰 폭으로 하락할 것이란 징조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러자 중국 당국은 깜짝 놀랐다. 결국 통화가치 하락에 승부수를 걸었던 중국의 정책 입안자들은 돌연 이를 뒤집는 방향으로 급선회했다. 이는 가격을 자신들 마음대로 정해 시장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환상에서 중국 지도층이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유감스럽게도 시장의 현실은 그런 식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선 안 된다거나, 가격에 한계를 정해선 안 된다는 주장이 아니다. 미국의 최저임금은 인상돼야 한다. 금융을 효과적으로 규제할 필요성은 그보다 더욱 절실하다. 자산 가격을 떠받치기 위해서라도 정부 개입이 필요하다는 주장 역시 설득력이 있다.

 3년 전 유럽 중앙은행은 유로화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필요하면 국채를 매입하겠다는 약속으로 여겨져 놀라운 효과를 발휘했다. 1998년 홍콩 통화청도 자국 통화에 대한 헤지펀드의 공격을 물리치기 위해 주식을 대량으로 매입해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나 이는 시장이 방향을 상실하고 비틀거릴 때 반짝 효과를 내기 위해 취하는 단기적 정책일 따름이다. 미 연방준비제도는 이를 두고 ‘정신이 번쩍 나게 뺨 한 번 때리는’ 정책이라고 부른 적이 있다. 이런 ‘반짝 정책’과 요즘 중국이 취하고 있는 지속적 개입 정책은 달라도 한참 다르다. 시장에 대한 지속적 개입이 효과를 볼 수 없다는 사실을 중국 지도층은 정말 모르는 걸까?

 만일 그렇다면 정말 걱정스러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중국은 경제대국이다. 미국이나 유럽연합(EU)까지는 아니지만 세계경제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할 만큼 크다. 그런 경제대국이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처럼 중국 지도층이 갈피를 못 잡는 게 사실이라면 중국뿐 아니라 전 세계의 미래가 밝지 않다.

폴 크루그먼 경제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