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Report] 조이고 풀고 … 차이나 마이웨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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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중국 위안화 값 하락세가 일단 진정됐다. 18일 인민은행(PBOC)은 달러당 6.3966위안을 기준 환율로 제시했다. 이날 위안화 시장 가격은 6.4위안 선을 중심으로 오르내렸다. 위안화의 시장 환율과 기준 환율 차이가 거의 없어졌다. 인민은행 저우샤오촨(周小川) 총재가 말한 ‘비정상적인 괴리’는 해소됐다. 이달 10일까지 위안화의 시장 가격이 기준 가격(환율)보다 한참 밑돌았다. 단 하루만 해소된 게 아니다. 벌써 나흘째다. 이제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기준 환율 계산법을 바꾸면서 내세운 목적은 일단 달성됐다. 앞서 인민은행은 “위안화 값이 실물 경제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며 “시장이 위안화 가치를 결정하도록 기준 환율 계산법을 바꾼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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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민은행은 지난 주말인 15일 이후 사흘(거래일 기준) 연속 달러화 대비 기준 환율을 낮춰 고시했다. 위안화 값을 사흘 연속 절상시킨 셈이다. ‘중국이 ‘더러운 손(dirty hands)’을 넣어 위안화 값을 의도적으로 떨어뜨린다’는 시장의 통념과 어긋나는 움직임이다.

 이제부터가 진실의 순간이다. 앞으로 위안화 값은 얼마나 더 떨어질까. 위안화의 기준과 시장 가격 차이가 해소됐는데도 위안화 값이 가파르게 떨어진다면 중국 정부가 더러운 손을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인민은행은 시장의 기능을 강조했다. 마쥔(馬駿) 인민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성명을 통해 “인민은행이 예외적인 외환시장 환경에서 지나친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시장 개입에 나설 순 있지만, 위안화를 한 방향으로 움직이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수출 증가를 노려 위안화 값을 떨어뜨리지는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는 말이다.

18일 한 중국 투자자가 베이징에 있는 증권사에서 주가 모니터를 보고 있다. 이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6.15% 급락했다. [베이징 AP=뉴시스, 뉴시스]

 서방 경제 분석가들은 시진핑 경제정책팀의 말을 믿어보자는 쪽이다. 블룸버그 통신이 최근 이코노미스트 3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올 연말 달러당 위안화 값을 6.5위안 선으로 보는 응답자들이 다수였다. 앞으로 서너 달 새에 위안화 값이 1.5% 정도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블룸버그는 “중국 실물 경제 둔화와 미국 달러 값이 앞으로 오를 폭 등을 감안하면 위안화 값 1.5% 정도 하락은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라고 전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감안할 때 그 정도 위안화 값 하락은 큰 게 아니라는 얘기다. 반대로 중국 정부가 외환보유액을 동원해 위안화 가격의 가파른 하락을 막을 가능성이 엿보인다.

중국 시장이 급락하면서 국내 주식 시장도 출렁였다. 코스닥 지수는 3.08% 하락하며 700선 아래로 떨어졌다. [베이징 AP=뉴시스, 뉴시스]

 실제 시티그룹 외환 전략가인 펀컹은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중국이 위안화 값의 안정을 위해 외환보유액 상당 부분을 동원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그 여파로 전문가들은 앞으로 중국 외환보유액이 매달 400억 달러(약 47조2000억원)씩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엔 자본이탈로 발생한 외환보유액 감소분이 포함된다. 블룸버그는 “중국 담당 이코노미스트들은 중국의 외환보유액이 내년 말 정도엔 3조 달러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고 전했다. 지난달 말 기준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3조6500억 달러 수준이었다.

 중국은 이번 위안화 파동으로 무엇을 얻었을까.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위안화 값 하락으로 수출이 눈에 띄게 늘어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내다봤다. 또 위안화가 이번 계산법 변경으로 국제통화기금(IMF) 메이저 통화 바스켓에 조만간 포함될지 여부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시장이 계산법 변경의 목적으로 꼽은 두 가지가 조만간 이뤄질 가능성은 커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중국이 이번 파동으로 얻은 게 없다는 말일까. 아니다. 블룸버그는 18일 전문가의 말을 빌려 “중국이 ‘이룰 수 없는 삼위일체’에서 한결 자유로워졌다”고 평했다. 삼위일체는 한 나라가 1) 사실상 고정환율제를 채택하면서 2)자본 이동을 자유롭게 하고 3)기준 금리 인하 등을 자유롭게 조정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점을 말한다. 실제 태국이나 아르헨티나가 달러 페그제를 유지한 1990년대 스스로 기준금리를 결정할 수 없었다. 미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태국 등은 자동으로 인상해야 했다.

 블룸버그는 “지금까지 중국은 위안화 값의 급격한 변동을 감안해 기준금리나 지급준비율 조정폭을 보수적으로 결정해야 했다”며 “위안화 값이 이번 파동 이후 시장의 움직임에 맞춰 좀 더 자유롭게 오르내리면 중국은 지금까지보다 한결 공격적으로 기준금리와 지급준비율을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이 경기부양을 위해 통화정책을 쓸 때 지금까지보다는 더 과감해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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