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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 책책책] 소년 탐정 설록의 또래 친구들이 추리하는 재미 알게 되길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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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시대 작품으로 추정되는 고서(古書)가 사라졌습니다. CCTV를 설치한 방에, 그것도 이중 자물쇠를 채운 철제 금고에 넣어뒀는데 감쪽같이 사라진 겁니다.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나선 사람은 초등학교 6학년 천재 소년 ‘설록’입니다. 한국 최초 프로파일러이자 표창원범죄과학연구소의 표창원 박사가 만들어낸 토종 탐정 캐릭터죠. 천재 소년 설록이 활약하는 추리소설 『설록의 사건일지』가 지난 7월 단행본으로 출간됐습니다. 약 7개월 동안 16회에 걸쳐 소년중앙에 연재된 바로 그 이야기입니다. 표 박사를 만나 『설록의 사건일지』의 뒷이야기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박사님이 그간 써온 책들과 『설록의 사건일지』는 사뭇 느낌이 다릅니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추리소설을 쓰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어린 시절부터 ‘셜록 홈스’ 등 추리소설을 좋아했어요. ‘언젠가는 추리소설을 꼭 쓰겠다’고 오래 전부터 생각해 왔죠. 틈틈이 습작을 쓴 지도 5년이 넘습니다. 그러던 중 제 아들과 딸이 일본 만화 ‘명탐정 코난’을 매우 즐겨 본다는 걸 알았어요. 살짝 걱정이 됐죠. 일본 만화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인격이 형성되는 중요한 시기에 외래문화에 집중해서 소비하는 것이 결코 좋지만은 않다고 생각했어요. 아이들을 위한 한국 토종 탐정 캐릭터와 추리 스토리를 저라도 만들어야겠다는 의무감과 사명감을 느꼈고, 그래서 시작한 일입니다.”

―주인공 설록은 어떤 아이인가요.

“다섯 살 때 살인사건으로 부모와 누나를 잃은, 아주 슬프고 불행한 사연을 지닌 아이입니다. 이후 그 당시 사건을 분석하던 프로파일러 표
박사와 함께 지내며 전문가 수준의 추리능력과 수사기법을 훈련받게 돼요. 집중력과 논리력·관찰력 등에 비상한 재능을 갖춰 또래 아이들과
달리 추리와 프로파일링에 뛰어난 소년 탐정으로 자라게 되죠. 사실 설록은 셜록 홈스와 해리 포터, 톰 소여, 허클베리 핀 등 좋아했던 소설 속
캐릭터들의 특징과 제 어린 시절 모습, 제 아이들의 특징 등을 모으고 나누고 섞어서 완성된 캐릭터예요. 설록의 친구들과 연구소 조교들 역시 주변 인물들의 면면을 조금씩 빌려왔죠. 아마 본인들은 모르겠지만요(웃음).”

―이야기의 토대는 어떻게 잡으셨나요.

“제가 아이들에게 전해주고 싶었던 점은 두 가지였어요. ‘추리소설의 재미’와 ‘역사에 대한 관심’이에요. 소재를 찾아 다양한 매체들을 섭렵했죠. 그 와중에 고려 ‘초조대장경’에 대한 흥미로운 다큐멘터리를 보게 됐어요. 조사해 보니 국보로 등록된 초조대장경 판본을 일본 측에서 ‘도난당한 피해품’이라고 주장하는 황당한 사건이 있었다는 사실도 접하게 됐고요. 그래서 일단 ‘초조대장경’을 둘러싼 이야기를 쓰기로 마음먹었어요.
여기에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 도난사건과 화재사건을 적절하게 혼합해 연결성과 흥미를 더하려고 했죠. 어린이 독자들의 특성을 감안했기
때문이기도 해요. 성인과 달리 하나의 사건을 길게 끌어갈 경우 쉽게 지루해 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빠른 전개 속에 연결되는 다양한 사건들을 통해 흥미와 호기심, 신선함을 잃지 않게 하려고 노력했죠.”

―다양한 사건을 개연성 있게 연결하는 게 쉽지는 않아 보입니다.

“당연히 어려움이 많았죠. 전체적인 얼개와 추리 구성부터 캐릭터의 형성, 대화체 문장을 얼마나 어떻게 배치해야 할지에 대한 결정까지.
쉬운 일이라곤 하나도 없었어요. 여러 차례 습작을 거치고 아내와 아이들에게 ‘사전 검열’과 조언을 받으며 하나하나 해결해 나갔습니다.”

―실제 사건에서 모티프를 얻어 반영한 부분도 있나요.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 도난사건의 경우 문화재청의 요청으로 제가 직접 피의자를 만나 면담조사를 했기 때문에 잘 알고 있죠. 수사 기밀과
관련자의 사생활 보호 등을 위해 실제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요. 당시 경험을 이야기에 녹여냈어요.”

<―『설록의 사건일지』가 연재될 때,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의 ‘제2회 CSI/프로파일링 체험전’이 함께 열렸습니다. 소설 속 범죄 현장을 체험전을 통해 볼 수 있게 연출하셨죠. 의도한 부분인지 궁금합니다.

“우연이 의도로 발전한 경우랄까요. 소년중앙 연재와 CSI/프로파일링 체험전의 개최는 서로 독립된 프로젝트였어요. 그런데 연재 시기와 체험전이 열리는 시기가 묘하게 맞아떨어지더군요. 독자들이 이야기 속 사건 현장에 직접 가보고 주인공 설록처럼 수사와 법과학 실험, 프로파일링
추리 등을 경험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체험전의 일부를 연재 내용과 일치시키게 됐죠.”

―소설을 통해 아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나요.

“무엇보다 아이들이 ‘책 읽는 재미’를 발견하길 바래요. 요즘은 스마트폰과 컴퓨터 등 순간적으로 강한 자극과 쾌감을 주는 기기와 매체들이
너무 많잖아요. 책이라는 ‘아주 느린 오락거리’를 멀리하기 쉬운 것 같아요. 그렇다고 학습능력 향상이나 논리력 향상 등의 필요성 때문에
‘의무적으로’ 책을 읽는 것은 너무 슬픈 일이죠. 그렇게 읽는 책은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도 어려울 거고요. 그래서 추리라는 흥미로운 장르를
통해서 책 읽는 재미를 찾으면 좋겠어요. 책 읽는 재미에 맛을 들이고 나면 정의와 용기·우정, 진실에 대한 의지, 우리 역사에 대한 관심 등
다른 메시지들은 자연스럽게 전해지리라 믿어요.”

―혹시 시즌 2 연재 계획이 있으신가요.

“저도 첫 작품인 만큼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방구름과 홍두재 연구원 등 몇몇 캐릭터의 활약이 미미했던 점도 그렇고요. 당연히 다음 이야기들을 쓸 예정입니다. 겨울방학 즈음에 두 번째 이야기를 내놓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두 번째 이야기는 흥미진진하고 재미와 감동, 정보와 지식이 잘 어우러진 책이 되도록 노력할 겁니다.”

글=이세라 기자 slwitch@joongang.co.kr 사진=우상조 기자 woo.sangjo@joongang.co.kr

표창원 박사의 첫 번째! 추리소설 『설록의 사건일지-사라진 보물』10권을 여러분께 선물합니다.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사람, 앞으로 추리소설을 좋아할 사람 모두 응모해주세요. 8월 24일까지 간단한 응모 사연과 이름, 학교와 학년, 주소와 연락처를 적어 소중 e메일(sojoong@joongang.co.kr)로 보내면 됩니다. 당첨된 10명은 책을 읽고 500자 서평을 보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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