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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춘 체포동의안 가결 … ‘친정’서도 찬성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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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무소속 박기춘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13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찬성 137대 반대 89로 가결됐다. 이날 국회 본회의장에서 투표를 위해 줄 서 있던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박 의원이 악수를 청하자 두 팔을 벌려 안아주고 있다. [김상선 기자]

“30여 년 정치 여정을 이제 접습니다. 국회가 더 이상 저로 인해 비난받지 않기를 바랍니다.”

 13일 오후 4시 국회 본회의장.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박기춘(3선·무소속) 의원은 표결 전 신상발언을 하며 고개를 떨궜다. 그는 “본회의장에서 발언할 기회가 오늘이 마지막이 될 것 같다”고 한 뒤 “남양주에 탯줄을 묻고 어린 시절 그곳에서 뛰어놀다 3선 국회의원까지 됐다”며 눈물을 보였다. 발언을 마치고 자리에 앉은 뒤에도 눈물이 멈추지 않자 ‘동병상련’의 아픔을 겪었던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3선·서울 서대문을)이 박 의원의 눈물을 닦아주며 위로했다.

 이날 국회는 박 의원의 체포동의안을 가결했다. 236명이 표결에 참여해 찬성 137표, 반대 89표, 기권 5표, 무효표 5표였다. 무기명투표로 처리되는 체포동의안은 재적 의원 과반 출석과 출석 과반 찬성으로 가결된다. 이날 표결에는 새누리당 123명, 새정치연합은 106명이 참여했다. 탈당했지만 자신의 ‘친정’이었던 새정치민주연합에서도 찬성표가 상당수 나온 것이다.

 의원들은 심정적으론 박 의원을 동정했지만, 지난해 송광호 의원의 체포동의안 부결 직후 일었던 여론의 후폭풍을 의식한 듯 가결 쪽을 택했다.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본회의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온정보다 원칙을 택했다. 인간적으로 고통스러운 선택이었고, 박 의원에게 미안하다”며 “오늘은 소주 한잔해야 잠을 청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적었다. 본회의 직전 비공개 의원총회에서도 “이미 정치 생명이 끝났는데 최소한 구속이라도 면하게 해 항변할 기회를 주자”(이춘석), “영장 자체가 위법이다. 법을 어긴 행정부에 대해 국회가 부결로 반대 의사 표시를 해야 한다”(박주선)는 등의 동정론이 있었다. 평소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표결 직전 박 의원을 만나 말없이 안아주기도 했다.

 박 의원은 별도의 입장 발표 없이 17일 예정된 영장실질심사를 준비하기로 했다. 재판부가 박 의원의 도주 우려나 증거인멸에 대한 판단 여부에 따라 구속이 결정된다.

 앞서 검찰은 지난 7일 정치자금법 위반 및 증거은닉 교사 혐의로 박 의원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2011년부터 지난 2월까지 분양대행업체 I사 김모(44) 대표로부터 현금과 명품 시계 등 3억58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다. 또 측근 정모(50)씨를 통해 김 대표로부터 받은 명품 시계 7개와 명품 가방 2개, 현금 2억원 등을 돌려주려 했다고 보고 증거은닉 교사 혐의도 적용했다.

글=이지상·위문희 기자 ground@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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