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주 수용자 10여 분만에 옷 갈아입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9일 대전의 한 대학병원에서 도주한 공주치료감호소 수용자 김선용(33)씨가 도주 10여 분 만에 옷을 갈아입고 달아난 것으로 확인됐다.

10일 대전경찰청에 따르면 9일 오후 2시17분쯤 대전시 서구 둔산동의 한 대학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달아난 김씨는 오후 2시30분쯤 800m가량 떨어진 아파트에서 옷을 갈아입은 장면이 폐쇄회로TV(CCTV)에 포착됐다. 확인 결과 김씨는 이날 오후 2시30분쯤 계단으로 올라간 뒤 2분 뒤 옷을 갈아입고 내려왔다. 2~3층 사이 계단에서는 벗어놓은 회색 반팔 티셔츠와 환자복 하의가 발견됐다.

경찰은 김씨가 아파트단지 내 의류수거함에서 옷을 꺼낸 뒤 통행이 뜸한 계단에서 옷을 갈아입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김씨가 새로 갈아입은 옷은 흰색 반발 티셔츠(UST 로고)와 푸른색 계열의 바지다. 신발은 병원에서 도주할 당시 신었던 삼선 줄무늬의 검정생 슬리퍼를 착용했다.

조사 결과 병원 7층 2인실에서 치료를 받던 김씨는 치료감호소 직원 2명이 감시 중이었다. 화장실에 간다며 발에 착용하던 수갑을 풀어줄 것을 요구했고 직원들의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계단을 통해 1층까지 달아났다. 김씨를 감시하던 직원은 모두 50대 중후반으로 그의 도주를 막지 못했다. 김씨는 달아나기 5시간 전 병실에서 아버지와 면회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전지방경찰청은 김씨 검거를 위해 5개 경찰서 강력반 형사 90여 명과 기동대 100여 명을 투입, 터미널과 역 등에서 행적을 추적 중이다. 김씨가 옷을 갈아입은 아파트 주변과 터미널·역 등의 CCTV를 분석해 구체적인 동선을 파악하고 있다. 경찰은 김씨의 어머니와 여동생이 살고 있는 대전을 비롯해 아버지 주거지인 전남, 여자친구 연고지인 대구 등에서 그의 소재를 쫓고 있다.

하지만 사건 발생 초기 공주치료감호소 측이 경찰에 늑장신고, 초기 대응이 늦어지면서 아직까지 행적을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 공주치료감호소는 김씨가 달아난 뒤 1시간30분이 지난 오후 3시47분 112에 신고했다. 경찰은 사건 발생 4시간40분이 지난 오후 7시쯤 공개수사를 제안했지만 치료감호소를 관할하는 법무부는 오후 9시50분에서야 공개수배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2012년 성폭력처벌법 위반(특수강간) 등으로 징역 15년 및 치료감호를 선고받고 치료감호 중 이명 치료를 위해 대학병원에 입원 중이었다. 그는 성 조절 장애가 있다는 치료감호소 의료진의 진단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를 목격한 시민은 공주치료감호소(041-840-5400)과 112로 신고하면 된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가 도주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범행을 저지를 가능성이 있다”며 “전국 경찰이 공조해 조기에 검거하겠다”고 말했다.

대전=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