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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테크가 대세, 묻지 말고 올라타라' 은행원 이어 의사까지 금융벤처 창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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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로켓을 탈 기회가 생기면 어떤 자리냐고 묻지 마라. 일단 올라타라.”(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

 요즘 핀테크(financial+technique) 업계의 판도가 딱 이렇다. 의사·은행원 등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장에 몸담았던 이들이 금융 벤처 창업에 뛰어들고 있다. 안정적인 항공모함을 버리고 로켓을 택한 셈이다. 개인 간 대출 중계(P2P랜딩) 회사인 ‘8퍼센트’의 이효진 대표는 포스텍(옛 포항공대) 수학과를 나와 우리은행에서 8년간 근무했다. 미국의 중금리 대출 회사를 보고 시장 가능성을 확신했다. 은행의 신용대출 금리 6%대와 저축은행의 최저 금리 15%대 사이의 틈새 시장을 파고들었다. 5일 현재 누적투자액 35억원, 평균 수익률 9.7%의 성과를 냈다. 이 대표는 “온라인으로 운영돼 기존 금융회사보다 비용 면에서 효율적이고 유연한 구조”라 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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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홍식 빌리 대표 역시 신한카드에 3년간 몸담았다. 맛집 앱과 비트코인 앱을 운영하다 ‘망해서’ 떠안은 카드론 2000만원을 갚기 위해 신한카드에 입사했다. 핀테크 사업팀에서 일하면서 기존 금융권의 패러다임 시프트(대전환)에 대한 확신이 생겼다. 그는 “디지털 기기의 발전으로 비대면 금융 거래가 늘어나면서 전체 금융 시장에서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창업한 지 4개월 만인 지난 7월 포인트로 투자하고 포인트로 상환하는 대출 모델을 개발했다.

 크라우드 펀딩 영역에선 신혜성 와디즈 대표가 선두주자로 손꼽힌다. 한양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부증권 애널리스트와 KDB산업은행 경제연구소 연구원, 산업은행을 거친 전통적인 ‘금융맨’이다. 그는 “크라우드 펀딩은 창업 환경을 조성해주는 국가적 차원의 사업이어서 성공 가능성이 크다”며 창업 배경을 설명했다. 2012년 5월에 시작해 지난해 700여 개의 업체가 대출을 받았 다. 그는 크라우드 펀딩법이 시행되는 내년부터 지금의 ‘후원형’ 투자 방식을 ‘증권형’으로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는 서울대 치의대를 졸업해 치과의사로 근무했다. 기존의 송금·결제 시스템이 너무 불편해 간편 송금 서비스인 ‘토스’를 개발한 게 핀테크에 발을 담근 계기가 됐다. 토스는 휴대전화로 받는 사람의 전화번호와 금액, 미리 설정해둔 암호만 입력하면 송금이 끝난다. 지난달 21일 KTB네트워크·알토스벤처스·IBK기업은행에서 5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5일 신용카드 절반 수준의 수수료로 하루 만에 정산이 되는 결제 서비스인 ‘토스 결제’를 론칭했다. 그는 “소프트웨어 기술을 통해 새로운 금융 상품을 설계하고 서비스 접근성을 높이라는 게 금융 소비자들의 요구”라고 말했다.

김경진 기자, 노유정 인턴기자 kjin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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