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3부자, 대국민 사과하고 진흙탕 싸움 끝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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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그룹 총수 일가의 분쟁이 저질·막장 드라마로 치닫고 있다. 형제간 다툼인 줄 알았더니 어느 틈에 부자간 싸움으로 비화했다.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방송 인터뷰에 나와 "동생이 아버지에게 맞기도했다"고 말했다. 신 전 부회장이 공개한 신격호 총괄회장 동영상에는 "롯데 그룹을 키워온 아버지인 저를 배제하려는… (신동빈을)도저히 이해를 할 수 없고 용서할 수도 없다"는 발언이 나온다. 저질 폭로극에 막가파식 인터뷰를 지켜보는 국민은 참담하다 못해 분노할 지경이다. 사태를 수습하겠다며 어제 귀국한 신동빈 회장은 골육상쟁이 시작된 지난달 8일 이후 근 한달 만에 아버지를 만났지만 서로 입장차이만 확인하고 5분만에 헤어졌다고 한다. 재계 5위 롯데의 수준이 고작 이 정도인가.

총수 일가의 진흙탕 싸움으로 롯데의 이미지는 곤두박질하고 있다. 인터넷과 SNS에서는 '한국에서 벌어 이익은 일본으로' '일본 기업 롯데 불매운동' 등 비난이 쏟아진다. 벌써 소비재 매출이 줄어들까 걱정이라고 한다. 총수 일가 몇 사람의 분탕질에 20여만 직원이 가슴앓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에서 자본의 국적을 따지는 게 국익에 무슨 도움이 되겠나. 그런데도 국민이 분노하는 건 이번에 드러난 롯데의 전근대적 가족·비밀 경영에 "속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제기한 진실 공방의 핵심은 두가지다. 신격호 회장이 과연 정상 판단이 가능할 만큼 건강한 상태인가, 롯데 지배구조의 최정점인 종업원 3명의 회사 광윤사의 지분 경쟁에선 누가 이길 것인가다. 이 두 가지는 굳이 따지자면 롯데 일가의 집안 문제일 뿐이다. 신격호·신동주·신동빈 3부자가 같이 나와 국민 앞에 진실을 밝히고 사과하면 된다. 아버지를 볼모로 두 아들이 간접 화법이나 막장 동영상으로 자신에게 유리한 주장을 반복하면서 국민을 피곤하게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번 사태의 일차 원인은 롯데의 황제 경영에 있다. 신격호 회장은 지분 0.05%를 갖고 연매출 80조원의 회사 80여개를 마음대로 주물러왔다. 롯데 임원도 모른다는 416개의 미로 같은 순환출자를 통해서다. 그러니 회장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당신은 해고야"하면 바로 이사회 임원이 해고되는 전횡이 가능했던 것이다. 이번 사태가 어떻게 수습되든 롯데의 황제식 경영은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

금융 당국도 크게 반성해야 한다. 이번 사태로 금융 당국이 롯데의 지배구조조차 지금껏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사실상 한국 롯데그룹의 지주회사격인 롯데호텔을 지배하는 일본의 광윤사나 11개의 L투자회사가 모두 외국 법인인데다 비상장사여서 공개가 안 됐다는 이유다. 이래서야 롯데가 정말 일본 기업인지, 일본의 비상장사에서 결정하면 한국 자산이 다 일본으로 넘어가는 건지도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금융 당국은 "한계가 있다"고만 둘러대지 말고 롯데 그룹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 국민 앞에 한 점 의혹을 남기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