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개갱깽 딩 다닥 지잉 … 세계를 흔든 네 가지 소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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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놀이 겨루기 한마당’을 이끌고 지난 25년 동안 서울·양평·부여·논산·공주·칠곡을 거치며 대중화·세계화에 힘써온 김덕수 교수. [신인섭 기자]

김덕수(63)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15시간 장거리 비행에서 막 돌아온 이답지 않게 싱싱했다. 지난달 31일 독일 베를린 브란덴부르크문 앞에서 열린 ‘유라시아 친선특급 폐막음악회’에서 강준일의 ‘사물놀이를 위한 서양관현악협주곡 마당’을 끝내고 인천공항에 내리자마자 달려온 터였다. 그는 집에 들를 새도 없이 25주년을 맞은 ‘2015 세계 사물놀이 겨루기 한마당’(4~9일 칠곡교육문화회관 일대)이 열리는 경북 칠곡으로 떠날 참이다. “사물놀이는 에너지 덩어리라 연주하고 있으면 온몸에 기운이 차오른다”고 젊음의 비결을 털어놨다.

 사물놀이는 꽹과리·징·장구·북, 타악기 넷이 서로를 품고 맞물리며 내는 가락이 하늘을 치받을 만한 울림으로 용솟음하는 민속음악이다. 노동 현장의 풍물 굿이던 사물놀이가 공연 형식으로 거듭난 계기는 1978년 고(故) 김용배와 김덕수·이광수·최종실 4명 잡이가 만들었던 공간사랑 연주였다. 그 뒤로 사물놀이는 ‘세계를 뒤흔든 혼의 소리’라는 찬사를 들으며 한국 전통음악의 한 갈래를 월드뮤직 최고의 경지로 올려놓았다. 그 중심에 있던 김덕수씨는 40년 가까이 사물놀이의 대중화와 세계화를 위해 애쓰며 21세기 한국전통음악의 부흥을 꿈꿨다.

 “사물놀이 겨루기 한마당의 올해 부제가 ‘사물놀이로 평화통일을 노래하다’입니다. 1990년 평양에서 열린 범민족통일음악회에 가보니 사물놀이 앞에서는 남과 북이 없어요. ‘깨개갱깽 딩 다닥 지잉’, 사물이 놀면 누구나 할 것 없이 가슴이 후끈해지고 어깨가 흔들려요. 문화적 유전자가 같은 건데 언젠가 통일의 그날이 오면 사물이 앞장서야 할 것 같아서 광복 70주년 주제로 삼았습니다.”

 사물놀이를 즐기는 사람들이란 뜻의 사물노리안(Samulnorian)이란 신조어가 나올 만큼 전 세계에 사물놀이 추종자가 늘어나는 데 30여 년이 걸렸다. 지금은 미국에만 200여 개 사물놀이 소모임이 활동하고, 사물놀이로 논문을 쓴 석·박사 교수가 수십 명이다. 국제음악교육학회에서는 사물놀이를 정규 교과과정에 넣을지를 논의 중이다. 올 사물놀이 겨루기 한마당에서 창작 부문 경연 내용을 무한대로 넓힌 배경이다. 뮤지컬이든 비트 박스든 전자음악이든 사물의 장단만 기초한다면 다 가능하도록 문호를 텄다. 경연 참가팀만 111개에, 17개국에서 20개 팀이 달려와서 사물놀이의 현대화를 실험한다.

 “사물이 세계의 팝 음악이 되려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창작이 강화되어야 하고 스타 연주자가 나와야 합니다. 제가 믿는 건 사물이 빚어내는 혼의 소리입니다. 처음 보고 듣는 사람들이 단 몇 분 만에 피가 끓어올라 스스로 사물을 배우고 싶게 만드는 힘을 세계 문화시장의 주류로 가도록 이끄는 겁니다. 사물놀이 겨루기 한마당의 앞으로 30년은 오대양 육대주 사람들이 사물 장단으로 하나가 되는 겁니다. 그중 제일은 물론 남북 한민족의 통일 합창에 뜨거운 불길이 되는 소임이지요.”

글=정재숙 문화전문기자 johanal@joongang.co.kr
사진=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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