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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기의 反 금병매] (70)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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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서문경이 묻고 왕노파가 대답하는 식으로 무대를 독살하는 방법에 관하여 두 사람이 머리를 맞대고 궁리를 하였다. 그것은 서문경이 이미 금련에게 이야기한 내용과 엇비슷하였다.

이제는 완전히 왕노파가 주범이 되고 서문경과 금련은 왕노파의 지시를 받는 종범이 된 셈이었다. 그런데 비상을 보약에다 극소량만 타서 무대를 서서히 죽이느냐, 아니면 한꺼번에 치사량을 타서 빨리 죽이느냐 하는 문제가 남았다.

서문경은 금련에게도 말한 것처럼 다른 사람들이 의심하지 않도록 서서히 죽이는 것이 낫다고 여기는 반면, 왕노파는 하루라도 빨리 죽이는 것이 낫다는 입장이었다.

"무송이 현감 심부름을 떠난 지도 석 달이 지났어요. 언제 돌아올지 모른단 말이에요. 오늘 밤에도 돌아올 수 있단 말이에요."

듣고 보니 왕노파의 말이 일리가 있었다. 그래서 일을 계획할 때는 혼자 궁리하지 말고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들어보고 하는 것이 좋다는 것을 서문경은 새삼 느꼈다. 더군다나 엄청난 위험이 따르는 범죄를 모의하는 일에 있어서는 더욱 그러할 것이었다.

"하긴 비상을 조금씩 타서 서서히 죽이다가는 오히려 들통이 날 수도 있고, 그 사이에 무송이 돌아올 수도 있겠군요. 그럼 언제 결행을 하는 것이 좋겠소?"

"내일이라도 당장 시행을 해야겠지요. 요즈음 무대가 많이 회복되어 말도 한다고 하던데. 어르신은 내일 아침에 오실 때 비상을 좀 가지고 오세요. 내가 비상을 가루로 만들어 놓았다가 금련이 집으로 돌아갈 때 가지고 가도록 할게요."

다음날 아침, 서문경이 왕노파가 시킨 대로 비상을 소매에 감추어 가지고 왔다. 가슴 통증에 좋은 보약 한 제를 지어 오는 것도 잊지 않았다. 생약 가게에서 비상을 몰래 들고 나와 왕노파 찻집으로 오는 동안 서문경은 이마에 땀이 맺히고 뒷덜미와 등짝도 축축해졌다. 금방이라도 포졸이 서문경의 어깨를 툭 치며 포승을 내밀 것만 같았다.

서문경이 찻집으로 와 화합차를 한 잔 마시고 있으니 금련이 잰걸음으로 건너왔다. 둘은 방안으로 들어가 또 어울렸다. 서문경은 보름이 넘도록 매일같이 진액을 뽑아내었으므로 지칠 만도 하였다. 하지만 여러 보조기구들의 도움을 받아 그동안 한번도 교합에 실패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오늘은 비상을 들고 오느라고 신경을 워낙 써서 그런지 보조기구들을 사용해도 좀체 발기가 되지 않았다. 금련도 손과 입을 사용하여 나름대로 애를 썼으나 서문경의 그 물건은 솥에서 몇 번 푹 삶은 가지처럼 흐늘거리기만 했다. 사실 보조기구들도 어느 정도 발기가 될 때 비로소 효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었다.

금련은 서문경이 정력의 화신인 줄 알았다가 서문경도 이런 적이 있는가 하고 다소 당황스러웠다. 서문경의 가슴과 등에는 식은땀까지 흐르고 있었다.

"요즈음 무리를 했나 봐요. 하긴 매일 우리가 만났으니."

"사실은 오늘 비상을 가지고 오느라고 신경을 많이 썼소. 이건 왕노파도 다 알고 있는 일이오. 왕노파도 무송이 돌아오는 것을 무서워하고 있기에 끌어들였소. 물론 일이 잘 마무리되면 왕노파에게 수고비를 줄 테지만 그렇게 많은 돈을 요구하지는 않을 것이오. 우리가 왕노파를 위해 그런 일을 해준 일면도 있으니 말이오."

"왕노파는 보통 때는 착한 할머니 같지만 돈과 관계된 일에서는 얼마나 독한데요. 아마 일이 다 마무리되고 나서도 기회만 있으면 돈을 요구하고 또 요구할 거예요. 자기도 감옥에 가고 우리도 감옥에 보내겠다고 떼를 쓰면 아주 곤란해져요."

"그때는 비상이 왕노파 입으로 들어갈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것은 그때 가서 알아서 할 일이고, 지금은 당신 남편을 조용히 보내는 것이 급선무요. 아무래도 서서히 죽이기보다 한번에 죽이는 것이 낫겠소. 바로 오늘 밤이오. 자세한 것은 왕노파가 일러줄거요. 그대로 하면 별탈이 없을 것이오. 일이 잘못되면 우리는 끝장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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