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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옴부즈맨 코너] 대구 출신도 모른 ‘대구 현실’ 보여준 불평등 리포트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437호 30면

지난 주에도 사건사고가 많았다. 국내에선 국가정보원 직원이, 해외에선 이라크 폭탄 테러로 100여 명이 사망했다. 중앙SUNDAY가 1면 톱 기사와 사진으로 보도한 이들 사건은 큰 주목을 받는 아이템들이다.

하지만 정작 내가 눈을 떼지 못한 기사는 1면과 4·5면에 걸쳐 게재된 ‘대한민국 불평등 리포트’였다. 그 중에서도 ‘대구시민 계층 의식, 광역단체 중 최하위’라는 문구. 대학 입학과 함께 대구에서 상경한 지 20년이 지났기 때문에 내가 서울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살았다.

그런데 기사를 읽으면서 마음이 무너지는 걸 보면 영락없는 TK(대구·경북 출신)인가 보다. 울렁이는 마음을 다잡고 생각해 봤다. 명절이면 기차 타고 내려가는 고향은 그저 정겨운 곳인 줄 알았다. 하지만 실은 장기침체와 미래에 대한 불안에 허덕이는 곳이요, 착잡함을 억누르며 힘겹게 살아가는 곳이었다. 직접 가 봐도 알지 못한 대구의 ‘속내’를 이번 기사를 통해 알게 됐다.

10면 ‘작은 외침 LOUD’는 정말 유익한 기획물이다. 예전엔 사회 구성원 모두가 공중도덕이라는 이름으로 같은 가치관을 교육받았다. 사회가 급변하면서 구성원 서로가 생각하는 덕목은 변해가지만 이를 공유할 기회는 부족하고 갈등과 분쟁은 커지고 있다.

LOUD는 반드시 필요하면서도 실천하기 어렵지 않은 배려의 방법을 안내해, 독자는 매너 있는 사람으로 가꿔주고 우리 사회는 밝히고 있다. 서울시에서도 LOUD의 아이디어를 정책에 적용한다니 반가운 소식이다.

새벽 4시 10분에 첫 출발하는 버스에 관한 11면 ‘조조할인 생계형 맞춤버스’ 기사도 좋았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고하고 작은 것에서 기쁨을 찾는 분들의 평범하지만 위대한 삶을 볼 수 있었다. 기사를 읽고 나니 빌딩 수위 아저씨와 청소 도우미 아주머니들이 이전과 다르게 보이고 자연스럽게 깍듯이 인사를 하게 됐다.

22면 박경희 교수의 ‘다이어트에 대한 오해’는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유익했다. 의학 지식과 정보를 단순히 나열하는 게 아니라, 환자가 빠지기 쉬운 유혹과 오해에 대해 알려주고 의사 입장에서 느끼는 어려움도 아울러 설명해 줘서 입체적인 이해에 도움이 됐다. ‘우리 몸은 일정한 양의 음식을 먹고 포만감을 느끼는 것이지 일정한 열량에 대해 포만감을 느끼지는 않는다’는 문장에서는 전문가다운 통찰력이 느껴졌다.

아름답고 신선한 이미지가 S매거진의 주 메뉴다. 하지만 이번 호에서는 ‘트렁크 직접 만드는 게 창립자 가문의 전통’이라는 파트릭 루이뷔통의 인터뷰 기사가 인상적이었다. 창립자의 후손이 제작 라인을 떠나지 않는 루이뷔통 이야기는 깨달음과 부러움을 동시에 줬다. 우리나라에서도 창립자 후손이 생산라인에서 작업복을 입고 일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 상상해 본다.



박종명 서울지방변호사회 국제이사. 서울대 법대 졸업 후 동 대학원서 경제법 전공. 대한법률구조공단에서 법조인으로 출발한 이래 주로 사회적 약자를 변호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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