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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원세훈 검찰 고발 … 서청원 “필요한 해킹은 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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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국가정보원 해킹 프로그램 의혹 논란이 결국 검찰 수사로 가려지게 됐다. 새정치민주연합이 23일 ‘검찰 고발’ 카드를 꺼내들면서다. 새정치연합은 이날 고발 대상을 ‘1.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 2. ㈜나나테크 등’으로 적은 고발장을 서울중앙지검에 접수시켰다. 새정치연합은 "고발대상을 원 전 국정원장 ‘등’으로 표기했는데, ‘등’ 안에는 이병호 국정원장도 포함돼 있다”고 주장했다. 당 국민정보지키기위원회 안철수 위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 “현재까지의 정황만으로도 위법적 행위가 명백하게 확인됐다”고 말했다.

고발장을 접수한 서울중앙지검은 24일 사건을 배당하기로 했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로선 국정원 전담부서인 공안2부가 첨단범죄수사부 검사를 파견받아 사건을 처리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은 국정원의 해킹 프로그램 구매와 악성코드 유포, 숨진 국정원 4급 직원 임모씨의 자료 삭제로 인한 증거인멸 시도가 통신비밀보호법·정보통신망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이탈리아 해킹팀사(社)의 해킹 프로그램 구매를 대행한 나나테크에 대해선 “2012년 이후 최근까지 감청설비 인가를 받은 적이 없는 나나테크가 (대화를 엿들을 수 있는) 스파이웨어의 수입과 판매를 담당한 것은 위법행위”라고 강조했다. 당 관계자는 “국정원이 ‘모르쇠’로 일관하는 상황에서 야당이 할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며 검찰 고발 배경을 설명했다. 야당은 이날도 임씨에 대해 “국정원 내규상 4급 이하에겐 자료 삭제 권한이 없는데 윗선의 지시 없이 어떻게 자료를 삭제했는지 의문”(신경민 정보위 간사)이라며 의혹을 지폈다.

 이에 새누리당 친박계 좌장인 7선의 서청원 최고위원이 앞장서서 반격에 나섰다.

 그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역대 정부 국정원과 관련한 사건을) 모두 경험한 사람으로서, 정치 경륜이 있는 사람으로서 말씀을 안 드릴 수 없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서 최고위원은 “이탈리아 업체로부터 35개국 정보기관이 (해킹 프로그램을) 들여왔는데 왜 유독 우리나라만 문제가 되는가. 대한민국의 국정원이 호구가 돼 (전 세계의) 모든 해커들이 다 달려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해킹 프로그램을 도입한 이후 국정원이 단 한 사람의 민간인도 사찰하지 않았다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 (해킹은) 해야 한다. 국가 안위를 위해선 다른 나라도 하고 우리도 해야 한다. 왜 우리만 늘 당하느냐”고 말했다.

 야당을 겨냥해 “1998년 국회의원 10명, 20명, 30명을 협박하고 도청해 (신건·임동원) 국정원장이 구속됐다”며 “야당의 전 정권들이 했던 엄청난 짓거리들이 있었는데 제 발이 저리느냐”고 따졌다. 국정원 내 도·감청조직 ‘미림팀’의 활동이 김대중 정부에서도 계속되다가 2005년 도·감청 파문으로 사건화된 걸 가리킨 발언이다. 안 위원장을 향해선 “백신을 개발한 전문가로서 국가를 도울 수 있는 행동을 할 때 존경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모든 것을 다 벗겨서야 되겠느냐”며 자제를 촉구했다.

 ◆“마티즈 번호판, 흰색으로 보일 수도”=경기경찰청은 국정원 직원 임씨의 마티즈 차량 번호판 색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한 실험 결과를 공개했다. 번호판이 흰색으로 나온 폐쇄회로TV(CCTV)가 있는 곳에서 실제 녹색 번호판을 단 마티즈 차량을 달리게 하면서 촬영했다.

경찰이 제시한 CCTV 캡처 화면에 따르면 때때로 녹색 번호판이 흰색으로 보였다. 경기경찰청 윤세진 과학수사계장은 “물체가 과도한 빛에 노출될 때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글=이지상·정종문 기자, 수원=박수철 기자 ground@joongang.co.kr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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