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식의 레츠 고 9988] 많이 벌수록 깎이는 국민연금, 66세로 수령 늦춰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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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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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부터 소득이 있는 국민연금 수령자의 연금 삭감 기준이 나이에서 소득으로 바뀐다. 또 연금의 일부를 연기할 수 있게 된다. 지금은 전액만 연기할 수 있다. 앞으로 일정 기준 이상의 소득이 있는 사람은 이 두 가지 제도 변화를 적절히 활용해야 손해를 줄일 수 있게 된다.

 국민연금은 개인연금과 달리 사회 연대를 중시한다. 노후 소득이 한 사람에게 많이 가는 것을 막는 장치가 곳곳에 들어 있다. 대표적인 게 연금 삭감이다. 61세가 돼 연금을 받을 때 소득이 전체 국민연금 가입자의 평균소득(A값·204만원)을 넘으면 연금이 깎인다. 다른 소득이 있으니 연금에서 다소 손해를 보라는 취지다. 개인연금이면 이런 게 불가능하지만 사회보험이니까 가능하다. 소득은 근로·사업·임대소득을 말한다. 금융소득은 포함하지 않는다. 204만원은 근로소득 공제 이후 기준이어서 공제 전으로 하면 292만원이다.

 지금은 나이에 맞춰 깎는다. 204만원이 넘으면 61세에 50%, 62세에 40%, 63세에 30%, 64세에 20%, 65세에 10%를 깎다가 66세에 원상 회복된다. 나이가 무슨 죄가 되느냐는 문제 제기가 잇따르자 소득으로 바꿨다. 소득을 다섯 구간으로 나눠 삭감 방식과 금액을 달리한다. 204만원 초과 금액에 따라 구간이 나뉜다. 초과액이 100만원 미만(①구간)이면 초과액의 5%를 깎는다. 소득이 300만원(소득공제 후 기준)이라면 초과액(96만원)의 5%인 4만8000원이 삭감된다. 초과액이 올라갈수록 삭감이 커진다. 소득이 적은 사람은 적게 깎고, 많은 사람은 많이 깎는다. 기준이 합리적으로 바뀐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많이 깎아도 연금의 절반까지만 삭감한다.

 새 제도가 시행되면 개인의 소득을 일일이 따져야 한다. 그런데 국세청의 확정소득자료는 근로소득이 이듬해 4월에, 사업소득(임대소득 포함)은 이듬해 10월에 나온다. 당장 연금을 줄 때가 문제다. 그래서 일단 소득을 추정해 연금을 계산하고 다음해에 정산한다. 전년도 건강보험료를 이듬해에 정산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추정소득은 전년도 소득자료나 본인 신고액이 기준이다. 이것과 국세청 확정자료가 같은 경우가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연금정산제도가 있는 것이다.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이 섞여 있다면 두 차례 정산해야 한다. 삭감 기준을 정교하게 하다 보니 이런 복잡한 절차가 생겼다. 연금이 삭감된 사람은 6월 말 기준으로 4만8253명이다. 연금 수령자가 늘면서 삭감 대상자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달라진 기준은 29일부터 새로 연금을 받는 사람에게 적용된다. 이미 연금 삭감에 들어간 사람은 적용되지 않는다.

 이번 삭감 기준 변경으로 연평균 150억원 정도 연금기금 지출이 늘어난다. 연금 수령자가 이만큼 덕을 보게 된다. 하지만 소득이 많은 사람은 손해를 볼 수 있다. 손해를 줄이려면 29일 도입되는 부분연기연금제도를 활용하면 좋다. 61세에 받을 연금을 66세로 최대 5년 늦추는 제도다. 지금까지는 전액만 연기 가능했으나 29일부터 50~90%를 늦출 수 있다. 늦추면 월 0.6%, 연 7.2%의 연금을 얹어 준다. 5년 늦추면 36% 더 받게 된다. 이뿐만 아니라 연금 삭감에서도 덕을 본다.

 예를 들어 8월부터 연금 100만원을 받는 김모(61)씨를 보자. 월 소득은 450만원(근로소득 공제 후)이다. 지금 방식대로 하면 연금이 50% 깎인다. 새 삭감 방식대로 하되 연금 수령을 연기하지 않으면 21만9000원이 깎인다. ③구간에 해당돼 204만원(A값)을 초과한 246만원에서 200만원을 빼 46만원(450만원-204만원-200만원)을 산출한다. 이것의 15%, 즉 6만9000원에다 15만원을 합하면 삭감액이 된다. 김씨가 연금의 80%인 80만원을 연기하고 20%인 20만원만 받는다고 가정해 보자. 이 경우 삭감액이 4만3800원으로 줄어든다. 원래 삭감해야 할 21만9000원에서 연금 수령비율 20%만큼만 깎는다.

 이렇게 해서 80세까지 20년간 받는 연금 총액을 보면 연금액 80% 연기 시 2억4121만원이다. 연기하지 않는 경우보다 1435만원, 지금 삭감 방식보다 1921만원 많다. 연기해서 연금이 올라가고, 덜 깎여서 손해를 덜 보는 이중의 혜택을 보게 된다.

신성식 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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