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해킹 프로그램 사용기록 공개하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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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원장 이병호·사진)이 17일 보도자료를 내고 인터넷·스마트폰 불법 해킹 의혹과 관련해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국회 정보위원들의 국정원 방문을 수용키로 했다”고 밝혔다. 특히 국정원은 ‘해킹 프로그램 논란 관련 국정원 입장’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에서 “(해킹 프로그램) 사용기록을 정보위원들에게 보여드릴 예정”이라고 했다. 국정원은 이를 “논란을 종식시키기 위한 비상조치”라며 “국정원이 민간 사찰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 명백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킹 프로그램 운영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국정원은 “모든 사용 내역이 다 저장돼 있고, 이탈리아 해킹팀사(社)와 연계돼 작동되기 때문에 은폐가 불가능한 구조”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정원이 사들인 20명분의 프로그램은 최대 해킹 한도가 20개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국정원은 “35개국 97개 기관이 이 프로그램을 구입했다”며 “그러나 우리나라처럼 시끄러운 나라는 없다. 어떤 정보기관도 이런 보도자료를 통해 해명하지 않는다”고도 반박했다. 또 “담당하는 국정원 직원은 그 분야의 최고 기술자로 어떻게 하면 북한에 관해 하나라도 더 얻어낼 수 있을까 매일 연구하고 고뇌한다”며 “이들의 노력을 함부로 폄하해서도 안 되고, 더구나 국정원을 ‘사악한 감시자’로 만들어선 안 된다”고도 했다. 국정원이 보도자료를 낸 건 아주 이례적이다. 여권 관계자는 불필요한 논란을 조기에 종식시키기 위해선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이병호 원장이 직접 지시했다고 전했다.

 ◆여야 ‘해킹 공방’은 가열=국정원의 입장 발표에 앞서 새누리당도 새정치민주연합 측에 조속한 현장조사를 요구했다. 의혹이 재생산되는 걸 차단해야겠다는 공감대가 당내에서 이뤄졌다고 한다. 국회 정보위 여야 간사모임에서 이철우 새누리당 의원은 야당 측에 “오늘이라도 가능하면 현장 방문을 하자”고 제안했다. 여당의 공세적 대응에 새정치연합은 오히려 “천천히”를 주장했다. 정보위 야당 간사인 새정치연합 신경민 의원은 “정부·여당이 어떻게든 서둘러 해치우려 한다”며 “국정원 방문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고 면밀한 조사를 위해선 해킹 전문가도 참여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정치연합 김성수 대변인은 국정원이 보도자료를 낸 데 대해서도 “단순히 국회 정보위원들에게 사용기록을 보여주는 수준이라면 면죄부를 얻기 위한 꼼수”라며 “프로그램 사용기록 전체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위에서 박범계 새정치연합 의원은 “해킹 프로그램 구입 자체가 불법”이라며 검찰의 조속한 수사도 요구했다. 답변에 나선 황교안 총리는 “제기된 의혹에 대해 검찰이 살펴보겠다고 했으니 결과를 지켜보기 바란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은 안철수 의원을 위원장으로 임명한 ‘국민정보지키기위원회’도 공식 출범시켰다. 위원회에는 안 의원 외에 신경민·문병호·우상호·송호창·김관영 의원 등 당내 인사 5명이 포함됐다. 여기에 컴퓨터 보안 전문가 등 외부 인사 5명을 영입했다. 정태명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권석철 큐브피아 대표, 김병기 전 국정원 인사처장, 임을규 한양대 컴퓨터공학부 교수, 임강빈 순천향대 정보보호학과 교수 등이다. 국정원 출신인 김병기 전 처장의 경우 문재인 대표가 직접 안 위원장에게 추천했다고 한다. 김 전 처장은 김대중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활동했고, 문 대표의 경희대 후배다. 1987년 국정원에 들어간 뒤 인사 관련 업무만 20년 넘게 맡았다고 한다.

김형구·정용수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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