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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대학생칼럼

학점 논란, 사제 간 소통이 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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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권준협
동국대 신문방송학과 4년

한 대학에서 교수님에게 성적 정정을 요구했다가 오히려 큰 화를 당한 어느 학생의 얘기가 화제가 됐다. B+에서 A+로 학점을 올려달라는 e메일을 보냈는데 그 교수님은 도리어 F를 주었다는 것이다. 교수님이 너무했다는 목소리와 무리한 요구를 한 학생이 합당한 징계를 받은 것이란 반응이 엇갈렸다.

 학생이 교수에게 성적 정정을 요구하는 건 관련 e메일 양식이 따로 있을 만큼 드물지 않은 일이다. 새내기 대학생들은 선배가 썼던 e메일 양식을 그대로 가져와 보내기도 한다. 장학금을 받기 위해 좋은 학점이 필요하니 선처를 바란다거나 어디에 꼭 취직하고 싶으니 성적을 올려달라는 게 전형적인 정정 요구 양식이다. 대부분 학생은 아쉬운 마음에 찔러나 보자는 식으로 학점 정정을 요구하곤 한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자신이 노력한 것보다 높은 성적을 요구하는 학생에게 F학점은 어쩌면 마땅한 점수인지 모르겠다.

 나도 대학 생활을 하면서 여러 번 성적 정정을 요청하는 e메일을 보냈다. 그 결과 학점이 바뀐 게 두 차례 된다. 채점 과정에서 오류가 인정됐기 때문이다. 첫 번째는 상대평가 인원 배분이 잘못돼 자동으로 학점이 상향 조정됐다. 두 번째는 시험 문제의 정답이 뒤늦게 복수 인정돼 역시 학점이 올랐다. 정답이 분명히 두 개라고 생각돼 교수님에게 이의를 제기했지만 그분이 나와의 대화를 한사코 기피했다. 결국 해외 논문을 찾아 문제에 오류가 있다는 것을 직접 증명한 뒤에야 학점이 정정됐다.

 요즘엔 이런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 일부러 시험 결과를 공개하지 않거나 이의 제기 자체를 막는 제왕적 교수님들이 늘고 있다. 성적을 발표한 날 외국으로 나가 학생들이 의견을 얘기할 기회를 원천 봉쇄하는 분도 있다. 물론 학생들이 학습 성과에 비해 무리한 성적을 요구하면 교수로선 스트레스가 클 것이다. 무작정 학점을 올려달라고 떼를 쓰는 행태는 근절돼야 한다. 하지만 교수님들도 성적과 관련해 학생들과 소통을 충분히 해왔는지 의문이다. 학점을 주는 기준과 답안 평가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한다면 학생들의 불만과 의혹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

 메르스 사태에서 입증됐듯 정보의 투명한 공개만이 불확실성과 혼란을 해소할 수 있다. 사제 간에 수직적 권력 관계가 아닌 수평적 관계 아래 대화를 이어 간다면 학점 논란은 물론 ‘인분 폭력’ 같은 충격적인 사건도 일어나지 않게 될 것이다.

권준협 동국대 신문방송학과 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