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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근의 건축혼, 몬트리올서 50년 만에 부활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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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1967년 4월 27일~10월 29일 운영되며 ‘인간과 손’을 주제로 도자기·마애석불 등 다양한 한국 예술품을 소개한 한국관의 당시 모습. [사진 안창모]
건축가 김수근. [사진 안창모]

건축가 김수근(1931~86)이 설계한 1967년 캐나다 몬트리올 엑스포 한국관이 50년 만에 복원된다.

최근 몬트리올 장드라포 엑스포 공원에 현장 조사를 다녀온 안창모 경기대 교수는 “2017년 엑스포 개최 50주년을 기념해 공원을 재조성하는 안의 하나로 한국관 복원이 결정됐다”고 밝혔다. 현존하는 국가관은 캐나다 퀘벡관, 미국관, 프랑스관, 자메이카관 네 곳뿐으로 방치돼 있던 한국관은 목조건축의 특징을 잘 드러낸 점이 평가돼 철거 위기에서 벗어났다.

 몬트리올 엑스포 한국관은 1967년 4월 27일부터 10월 29일까지 운영되면서 ‘인간과 손’을 주제로 다양한 한국 예술품을 소개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당시 ‘김수근 인간환경연구소’에서 일하며 윤승중씨와 한국관 실무를 담당했던 건축가 김원(72·건축환경연구소 광장 대표)씨는 “캐나다 산 합성 목재를 재료로 기둥과 뻥 뚫린 공간으로 구성된 한국 건축의 전통을 현대화해 설계했다”고 회고했다. 435㎡(132평) 아담한 넓이에 단순하면서도 매력적인 공간을 만들었고, 건물 앞에 12m 목탑을 세워 멀리서도 한국관임을 알 수 있도록 했다.

김수근이 설계한 1967년 캐나다 몬트리올 엑스포 한국관 설계도면과 입면도. [사진 안창모]

 김원씨는 “몬트리올 엑스포 조직위가 6개월 행사가 끝난 뒤 영구 보존하기로 결정된 3개 국가관에 한국관이 포함됐다는 편지를 보내왔고, 시가 지정하는 보존유산으로 삼겠다고 해 김수근 선생 등 관계자들이 기뻐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캐나다 측이 보관하고 있던 설계도면과 입면도를 몬트리올 한인회 도움으로 입수해 복원 준비에 들어간 김씨는 “김수근 생전에 세웠던 건축물이 원형 훼손을 당하거나 헐리는 경우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그의 숨결이 살아있는 몬트리올 엑스포 한국관의 부활은 반가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문제는 30억원으로 어림되는 복원 비용이다. 복원 과정을 진행하고 있는 안창모 교수는 “자랑스러운 한국 건축 유산이 세계적으로 조명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이므로 문화체육관광부와 민간단체 등에서 복원에 힘을 실어줬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박민권 문화부 제1차관, 허진 몬트리올 총영사, 김광인 몬트리올 한인회장 등이 노력하고 있지만 현지 사정이 여의치 않다는 것이다.

 안 교수는 8월 실측 조사, 10~12월 복원 설계, 내년 3~6월 실시설계, 7~10월 복원공사 등 단계별 계획을 세우고 한인회와 활용 방안까지 논의 중이다. 한국이 복원 비용을 부담한다면 한인회가 그동안 건립하고 싶었던 한인문화회관 등으로 30~50년 사용권을 얻을 수 있다는 복안이다.

 김원씨는 “한국이란 이름이 낯설던 1960년대 중반에 한국 건축의 미감을 세계에 각인시킨 김수근의 얼을 되살린다는 뜻이 복원 비용 마련에 모아졌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johanal@joongang.co.kr

◆김수근=한국 현대건축을 개척하고 발전시킨 건축가. KIST 본관·세운상가·경동교회·청주박물관 등 다양한 건축물 설계. ‘공간(空間)’을 중심으로 한국 건축의 뼈대가 된 젊은 건축가들을 길러냈으며 종합예술잡지 ‘공간’ 발행, 소극장 ‘공간’을 운영해 한국미와 한국문화의 원형을 탐구할 마당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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