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재배한 감자 … 피감기관에 비싸게 판 의원 비서관의 ‘갑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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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현직 국회의원 비서관이 자신의 부친이 재배한 농산물을 피감기관 등에 대량 판매해 논란이 되고 있다. 15일 충북 지역 정치권에 따르면 새누리당 정우택(62·청주 상당) 의원의 5급 비서관인 A(41)씨는 지난달 말 한국거래소 산하 국민행복재단에 20㎏짜리 감자 100상자를 판매했다. 한국거래소는 정 의원이 위원장으로 있는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정감사 대상 기관이다.

 A씨는 또 시중은행 본부장 등 평소 친분이 있는 지인들에게 300여 상자를 추가로 팔았다. 모두 A씨 아버지가 전북 완주군에서 재배한 감자였다. 가격은 한 상자에 3만5000원이었다. 택배비 5000원씩을 더해 총 판매금액은 1600만원에 달했다. 판매 당시 감자 도매가는 한 상자에 2만5000~2만9000원으로 A씨 아버지의 감자는 이보다 최고 40% 비싸게 판매됐다. 이에 대해 지역 정가에선 “국회의원 비서관이 부친의 농산물을 피감기관에 판 것은 갑을 관계를 이용한 일탈 행위”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충북도당도 이날 성명을 내고 “국정감사를 앞두고 있는 피감기관이 해당 상임위 위원장 보좌진의 청탁을 거절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며 “이는 사실상 강매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A씨는 “판로를 고민하던 아버지를 돕기 위해 감자를 대신 팔아 드렸다”며 “이유야 어찌됐든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했다.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해명했다. A씨는 “가격도 품질이 좋은 감자만 골라 그리 비싼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논란이 커지자 A씨는 이날 오후 사표를 제출했다.

청주=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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