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담화에 사죄 들어가야"한다는 일본인 16% 그쳐

중앙일보

입력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8월에 낼 전후 70주년 담화에 ‘사죄’ 표현이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일본인들은 소수인 것으로 조사됐다.

니혼TV가 지난 10~12일 2000여명을 대상으로 “70주년 담화와 관련해 ‘침략’ ‘반성’ ‘사죄’의 세 표현을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느냐”고 물은 데 대해 41.9%가 “침략과 반성은 있는 게 좋다”고 응답했다. 세 표현이 모두 반영돼야 한다는 응답은 15.5%로 집계됐다. 특히 30.5%는 “세 표현의 어느 것도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는 일본 국민 절반 이상(57.4%)이 침략 전쟁을 일으킨 사실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사죄에 대해서는 상당수가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는 점을 일러준다. 1995년 전후 50년 무라야마 총리 담화, 2005년의 전후 60년 고이즈미 총리 담화에는 이 세 표현 외에 ‘식민지 지배’도 포함됐다.

전후 70년 담화가 강조해야 할 내용에 대해서는 ‘전후 평화국가로서 해온 대처’가 45%로 가장 많았다. 다음은 ‘향후 일본의 국제적인 대응’(28.3%), ‘2차 세계대전의 반성’(11.9%)순이었다.

아베 총리는 올 4월 인도네시아 반둥회의 60주년 기념 연설과 미국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 전쟁에 대한 반성을 표명했지만 침략을 인정하거나 식민지 지배를 사죄하지 않았다. 이번 여론 조사에 미뤄 전후 70년 담화도 두 연설과 비슷한 수준에서 이뤄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전후 70년 담화를 위한 총리 자문기구 좌장대리인 기타오카 신이치(北岡伸一) 국제대학장은 지난달 TV에 나와 ‘침략’ ‘식민지 지배’ ‘반성’ 표현 반영이 바람직하다는 점을 시사했지만 ‘사죄’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도쿄=오영환 특파원 hwas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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