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위험하다는 생각이 더 위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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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방문 중인 노무현(盧武鉉)대통령은 8일 오후 도쿄방송(TBS)이 일본 전역에 방영한 '한국 노무현 대통령 솔직하게 직접 대화'라는 제목의 1시간30분짜리 토론에 참석했다. 盧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지나친 적대감.위기감보다 대화를 통한 해결을 모색하자고 일본 국민들을 설득했다.

사회자가 "북한이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일본인의 비율이 90% 이상이나 한국은 60%대"라는 TBS 여론조사 결과에 대한 盧대통령의 생각을 물었다.

盧대통령은 "그 원인은 북한이 제공했지만 한편으로 냉정히 분석하면 북한은 우리보다 약하고 일본보다는 훨씬 약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盧대통령은 "전쟁은 미사일 몇개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고 못박았다.

盧대통령은 "(북한이)너무 위험하다는 생각 자체가 오히려 위험할 수도 있다"며 "북한을 설득하고 대화를 틍해 시장경제와 민주주의로 이끌 수 있으며 그렇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盧대통령은 또 "미 하원의원 등 북한을 다녀온 사람들은 모두 다 대화로 해결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한다"며 "북한이 상식적이지 않은 행위를 하지만 그들도 생각이 있을 것이고 잘해낼 것"이라고도 했다.

"남북 통일이 10년 내에 이뤄질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독일의 경우 그 나라의 정강에서 '통일'이라는 단어가 없어지면서 통일이 시작됐다"며 급히 서두르지 않는 게 좋다고 했다.

盧대통령은 과거사 문제에 대해 "한국과 중국에서 과거사를 말하는 사람은 과거에 대한 분노만 있는 게 아니라 미래에 대한 불안도 있기 때문에 그에 대비하려는 것"이라며 "1백년 전과는 다른 새로운 미래를 만들기 위해 과거사를 극복할 수 있는 공동의 프로그램을 만들어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 전통농악의 장단에 맞춰 토론회장에 등장했던 盧대통령에게 대학생.샐러리맨.주부.농어민.기업인 등 1백2명의 참석자들은 다양한 질문을 쏟아냈다.

盧대통령은 앞으로 우호관계를 가장 돈독히 해야 할 세 나라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가장 가깝고 아시아에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해온 경험이 가장 많은 일본이 첫번째인 것 같다"고 한 뒤 중국.미국을 차례로 거명했다.

"일본 총리가 되면 무엇을 하겠느냐"는 질문에는 "동북아의 평화 주도 세력으로 자리매김해 이웃 나라들이 신뢰할 수 있게 하겠다"는 뼈있는 답을 했다.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해서는 직답 대신 "(대통령) 취임식 초청을 취소할까 고심했으나 북핵 문제를 조율해야 할 상황이어서 취소하면 한.일 관계가 얼어붙을 것 같았다"는 뒷얘기를 소개했다.

도쿄=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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