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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행사장 돌며 고가 카메라 훔친 도둑…경찰, 서울~부산 CCTV 추적

중앙일보

입력

대규모 박람회장이나 전시장을 찾아다니며 고가의 카메라를 훔친 60대 절도범이 범행 7년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전국적인 규모로 열리는 국제박람회나 전시회를 돌며 사진기사로 위장하고 수천만원대에 이르는 고가의 카메라를 상습절도한 혐의로 이모(60)씨를 구속했다고 13일 밝혔다.

경찰 따르면 이씨는 지난달 6일 서울 대치동에서 열린 ‘2015 귀농귀촌 농식품일자리 박람회’에 관람객으로 입장해 1600만원 상당의 카메라를 훔쳤다. 쉬운 범행을 위해 직원들이 자리를 비운 점심시간을 노렸고, 사진작가인것처럼 행동하며 카메라를 들고 달아났다. 이씨는 이런 수법으로 2008년부터 지난달까지 약 200회에 걸쳐 3억여원 상당의 물건을 훔쳤다.

원래 부산에 거주하는 이씨는 훔친 카메라를 들고 서울 구의동의 동서울종합터미널로 향했고, 부산 해운대시외버스터미널로 가는 고속버스에 탔다. 경찰은 이씨의 이동경로를 추적하기 위해 이씨가 탄 것과 같은 노선의 고속버스를 타고 부산까지 400km를 이동하며 터미널 내 폐쇄회로TV(CCTV)를 분석했다. 결국 이씨가 박람회에 가기 위해 전날 미리 버스표를 구매했고, 해운대 시외버스터미널까지 자신의 차량을 타고 왔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차량을 역추적해 이씨를 검거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씨는 10년전부터 주소지가 불분명한 상태였고, 현재는 부산 좌동에서 재혼한 아내와 생활하고 있었다. 이씨는 인터넷을 통해 전국의 박람회ㆍ전시회 일정을 검색하고 서울이나 경기도 등 거리가 먼 곳은 대중교통으로, 부산ㆍ대구ㆍ광주 등은 자신의 차량으로 방문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훔친 카메라 여러대를 분해하고, 부품을 바꿔 재조립한뒤 판매하는 수법으로 경찰의 추적을 피하기도 했다. 이씨는 “김밥장사, 붕어빵장사 등으로 생활해왔지만 아내가 난치병에 걸려 일을하지 못하게 됐다”며 “7년 전쯤 부산에서 열린 한 박람회에서 우연히 카메라를 훔치게 되면서 그때부터 절도를 시작해게 됐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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