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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옴부즈맨 코너] 뉴스 홍수 속에서 빛 발한 ‘대구 민심 르포’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435호 30면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가 지난 주 정치권의 핫이슈였다. 온갖 평론가들이 방송에 나와 저마다의 예상을 내놨고, 각종 여론조사 결과도 쉴 새 없이 발표됐다. 이런 뉴스의 홍수 속에서 지난 주 중앙SUNDAY 3면의 ‘대구 민심 르포’는 잘 만들어진 한 편의 다큐멘터리 같았다. 현장의 풍경과 시민들의 목소리를 보고 듣는 것 같았고, 기사를 다 읽고나니 대구 시내를 한 바퀴 돈 것처럼 느껴졌다. 현장을 발로 뛰며 만든 생생한 기사는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일수록 가치가 있다.

경제활성화 법안의 국회 통과도 주요 화두다. 정부·여당과 야당이 서로를 비난하고 있어서 대립 사실 자체는 피곤할 정도로 알고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지점에서 대립이 일어나고 있는지는 잘 모르고 있었다. 국회에 계류 중인 경제활성화 법안이 무엇인지 표로 정리해 줘서 큰 도움이 됐다.

클린턴가와 부시가를 비교하며 써 내려간 2016 미국 대선 예상 시나리오는 매우 흥미로웠다. 개인적으로 정치에서 가장 흥미로운 것은 사람 이야기다. 기사를 읽으면서 한국과 미국 사정을 자연스럽게 비교하게 됐다. 우리나라는 대통령 집안이 명예를 지키기보다 각종 사건에 연루돼 불운한 결말을 맞이하는 경우가 많았다. 전통과 명예를 이어가는 미국의 정치명문가를 보니 부러우면서도 한편으론 신분제 사회로 가는 건 아닌지 의구심도 들었다. 중앙SUNDAY에서 한국의 정치인 가문을 소개해줘도 재미있을 것 같다.

광복 70년 특별기획 마지막 편인 ‘이중 불안사회 그리고 2015년’은 염려와 공감을 동시에 하며 읽었다. 공포와 불안이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는 느낌은 평소에도 갖고 있었는데 기사를 읽으면서 왜 그런 느낌이 드는지 알게 됐다. 이재열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중 불안사회를 풀어갈 키워드는 ‘함께 사는 능력’이라고 했다. 파편화돼 가는 이 시대, 중앙SUNDAY에서 우리 사회 구성원들 간의 교집합을 키워가는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

14면 ‘한국인의 상황 논리와 서양인의 상황 논리’라는 제목의 외국인 칼럼은 깨달음과 답답함을 동시에 주는 글이었다. ‘서양인들은 인간이 상황을 지배하고 있으며 그 상황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설명은 서양식 사고방식의 베일을 한 꺼풀 벗겨줬다. 다만 ‘한국인은 내 상황에 대한 이해를 요구한다’는 칼럼니스트의 분석은 부정하기는 어려웠지만 그렇다고 마냥 받아들이고 싶지도 않았다. 내가 약속을 못 지키게 되면 상대방 역시 내 상황으로 인해 불편을 겪게 된다. 따라서 내 상황을 이해해 달라는 게 아니라 나로 인해 상대방이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됨을 이해시키고 사과 내지 위로를 하는 것이 온당할 것이다. 결국 칼럼니스트가 말하고 싶은 것은 한국인이 타인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것 아니겠는가. 외국인이 한국 고유의 정서인 ‘정’이 무엇인지 느낄 수 있도록 우리 사회에 배려의 문화가 복원됐으면 한다.



박종명 서울지방변호사회 국제이사. 서울대 법대 졸업 후 동 대학원서 경제법 전공. 대한법률구조공단에서 법조인으로 출발한 이래 주로 사회적 약자를 변호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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