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여진, 삼성전자 부진에 … 국내 주가 연일 하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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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재무장관 협의체인 유로그룹 회의가 7일 오후 1시(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렸다. 그리스 신임 재무장관인 유클리드 차칼로토스(오른쪽)가 스페인 재무장관 루이스 데 귄도스(왼쪽)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유로존 정상회의는 이날 오후 6시에 열린다. [브뤼셀 AP=뉴시스]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7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0.66% 하락한 2040.29로 장을 마쳤다. 전날에도 2.24% 떨어진 코스닥은 2.97% 급락, 729.64를 기록했다. 삼성전자가 방아쇠를 당겼다. 삼성전자가 이날 발표한 올 2분기 잠정 실적은 영업이익 6조9000억원으로, 시장 전망치(7조1749억원)에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그리스 국민투표 결과의 여진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2분기 기업 실적 악화에 대한 우려가 더해졌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시장이 해외에 비해 그리스 여파로 인한 하락 폭이 컸다”며 “그리스 악재에 중국을 포함한 글로벌 경기 부진과 원화 강세, 메르스 등으로 인한 기업 실적 부진 우려가 더해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승민 삼성증권 연구원도 “삼성전자는 전날 급락해 반등했지만 삼성전자조차 시장 전망치를 밑도는 실적을 낼 정도인데 다른 기업은 얼마나 안 좋을까 하는 우려가 반영돼 시장은 크게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업종별로는 화장품·제약 업종의 하락이 두드러졌다. 코스피 황제주로 불리는 아모레퍼시픽은 10.07% 급락해 38만4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아모레퍼시픽우선주와 아모레G, 아모레G우선주도 15~19% 떨어졌다. 한미약품·일양약품 같은 제약주 역시 10~26%가량 급락했다. 김효진 교보증권 연구원은 “화장품·제약 업종은 그간 실적보다 구조적인 성장성에 기대 주가가 크게 올라 고평가 논란이 있었다”며 “2분기 실적 우려가 불거지자 이들 업종이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고 말했다.

코스닥 시장이 코스피보다 크게 조정 받은 건 이들 업종의 시가총액 비중이 더 크기 때문이다. 등락을 반복하는 변동성 장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김대준 연구원은 “유럽중앙은행(ECB) 등이 보유한 35억 유로 규모의 그리스 국채 만기가 돌아오는 20일까지는 조정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국내 주식시장과 달리 미국은 건재했다. 6일(현지시간) 다우존스 지수와 S&P500 지수, 나스닥 종합지수는 각각 0.26%, 0.39%, 0.34% 하락하는 데 그쳤다. 7일 오후3시 현재(현지시간) 유럽 국가 중에선 중심 국가들이 상대적으로 선전했다. 영국 FTSE100 지수와 독일 DAX 지수는 각각 0.3%, 0.71% 떨어졌다. 반면 전날 4.03%가 떨어졌던 이탈리아 증시는 7일에도 0.89% 하락세를 기록했다. 김지은 삼성증권 연구원은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강해지면 선진국보다 신흥국 주식시장이 큰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스페인·포르투갈·이탈리아 같이 위기가 확산될 가능성이 있는 유럽연합 주변국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리스 사태 여파로 달러화 강세가 이어지면서 이날 달러당 원화 값은 전날보다 3.7원 하락한 1130.2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정선언 기자 jung.sune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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