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재의결 어떻게 되나, 여당 불참으로 폐기될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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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6일 국회법 수정안에 대한 재의 표결을 앞두고 있다. 여야가 밤샘 협상 끝에 합의한 국회법 개정안이 박근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무효가 될 위기에 놓였다. 새누리당은 대통령의 뜻을 따라 국회법 재의 표결에 불참키로 당론을 정했다. 본회의에 출석하되, 국회법이 표결에 들어가면 전원 퇴장한다는 전략이다. 야당도 아닌 집권 여당이 본회의에서 집단 퇴장 하는 이례적인 장면이 연출되는 것이다.

재의되는 법안의 의결 요건은 일반 법안보다 더 깐깐하다. 일반 의결정족수는 ‘재적 의원의 과반 출석’, ‘출석자의 과반 찬성’이지만 이번 국회법에는 특별 의결정족수가 적용된다. 대통령이 재의 요구 즉, 거부권을 행사했기 때문이다. 헌법 제53조 4항은 ‘재의의 요구가 있을 때에는 국회는 재의에 붙이고,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전과 같은 의결을 하면 그 법률안은 법률로서 확정된다’고 규정한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국회법 개정안이 국회 재의에서 가결되려면 ‘재적의 과반 출석’과 ‘출석자의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 것이다.

국회법이 본회의에 재의되면 표결은 어떻게 진행될까. 새누리당의 계획대로 새누리당 의원들이 투표 명패를 수령하지 않고 본회의장을 집단 퇴장하면 투표 자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야당 의원들은 청와대와 새누리당을 규탄하는 의사진행발언 외에 할 수 있는 일은 사실상 없다. 그렇다면 본회의는 싱겁게 끝날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새누리당 의원들이 표결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회의장을 나가지 않고 자리에 계속 앉아 있을 가능성도 있다. 이 때 국무총리의 제안설명을 시작으로 투표 절차는 시작된다. 하지만 이 경우 역시 ‘과반 출석’이 안돼 투표는 성립되지 않는다. 보통 기명투표로 이뤄지는 일반 의안은 의원들이 재석 버튼을 누르면 출석자로 인정되지만, 이번 국회법 재의 표결처럼 무기명 비밀투표로 표결이 이뤄질 경우엔 명패함에 자신의 명패를 직접 넣어야 출석으로 인정된다. 결국 명패를 받고 자리에만 앉아있으면 출석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또 다른 가능성도 있다. 새누리당에서 퇴장을 거부하는 이탈자가 발생할 경우다. 야당과 무소속 의원(정의화 국회의장, 천정배·유승우 의원) 전원(138명)이 본회의에 출석하더라도 국회법이 다시 의결되려면 ‘재적(298명)의 과반 출석(149명)’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최소 11명의 새누리당 이탈자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런 집단 이탈이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는 게 국회 주변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새누리당의 표결 불참 자체가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헌법 제46조 2항의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는 자유위임의 원칙에 반한다는 것이다. 성균관대 이국영 교수(정치학)는 ”한 달 전 개정안에 찬성했던 여당 의원들이 재의결에서 무슨 근거로 반대 또는 기권할 수 있느냐”며 “대통령의 ‘국정마비’ 논리에 자신들의 생각이 바뀌었다면 1차 투표 때에 국가 이익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음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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