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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view &] 기후변화·고령화에 웃는 기업이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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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마이클 리드
피델리티자산운용 대표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사회를 대표하는 키워드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인구 고령화, 스마트폰, 모바일 메신저, 저금리, 핀테크… 10년 전만 하더라도 이러한 단어들은 탄생하지도 않았고, 존재했을 지라도 수면 아래에서 그 중요성이 인식되지 못했다. 그 때는 10년 뒤 인구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될 것을 예상하지 못했고,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인터넷이 자유자재로 가능한 모바일 환경이 구축될 지는 상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세상은 정말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자연적으로 발생하기도 하고 인간의 노력에 의한 기술 진보에 의해 촉발되기도 한다. 변화의 영향은 사회, 경제, 문화 전반은 물론이고 우리의 일상생활에도 반영된다. 급변하는 환경 하에서는 삶의 방식뿐 아니라 사고의 전환 역시 요구된다. 변화의 흐름을 읽는 사고의 전환은 패러다임의 변화를 이끌어내고, 한 사회의 패러다임이 변하면 그것은 곧 트렌드가 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도 지난 10여 년간 몇 차례의 패러다임 변화가 있었다. 한국의 펀드 투자의 예를 들어보자. 199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한국의 뮤추얼펀드 투자는 외환위기 이후 ‘바이코리아(Buy Korea)’ 열풍으로 국내주식형 펀드 투자의 붐을 이뤘다. 이후 투자자의 눈이 해외시장으로 열리게 되면서 중국, 일본 등 개별 국가에 투자하는 펀드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브릭스, EMEA 등과 같이 유사한 성격으로 한데 묶을 수 있는 지역(region)에 투자하는 상품들도 투자자들의 많은 관심을 받게 되었다.

 이렇게 투자 대상이 확대·그룹화 되는 현상은 IT와 교통의 발달로 국가 간 사회, 경제, 문화적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시작된 글로벌 동조화와 맞물려 있다. 또한 삼성, 애플과 같은 글로벌 기업들의 성장 역시 기여했다. 이들 기업들을 한국, 미국 등 한 나라의 대표 기업으로 평가하기엔 그 영향력이 미치는 범위가 이미 그 수준을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2010년대에 들어 펀드 투자의 트렌드는 지역 중심적인 접근에서 자산별 접근으로 또 한 번의 패러다임 변화를 경험한다. 특히 몇 년째 지속되고 있는 글로벌 저성장, 저금리 현상으로 인해, 꾸준하고 안정적인 인컴을 창출할 수 있는 배당주, 하이일드 채권 등의 자산군에 투자하는 인컴펀드들이 엄청난 인기몰이를 했다.

 또 한 번 예고된 투자의 패러다임 변화는 ‘글로벌 메가(Mega) 트렌드’에 주목하는 것이다. 글로벌 메가 트렌드란 앞으로 수년 동안 전 세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구조적, 장기적 흐름을 의미하는 것으로, 엘니뇨와 같은 기후의 변화, 심각해지는 은퇴문제 등이 대표적인 예가 될 수 있다.

 메가 트렌드 투자는 특정 테마나 업계에 얽매이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앞서 언급한 지구의 엘니뇨 현상이 현재로서는 불가피한 현상이라면 엘니뇨로 인해 수혜가 예상되는 모든 업종의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태양열, 풍력 등을 기반으로 한 대체에너지 업종이나 국제 곡물가격 급등의 폐해를 대체할 식료품 업종, 엘니뇨로 인한 전염병을 치료할 수 있는 헬스케어 업종 등이다.

 세계적인 인구구조의 변화도 하나의 중요한 투자테마가 될 수 있다. 국제연합(UN)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오는 2050년까지 전 세계 인구는 약 96억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선진국에서는 65세 이상의 고령인구와 신흥국의 중산층 인구의 증가세가 매우 가파른 상황이다. 이러한 장기적 흐름은 고령화 인구를 위한 헬스케어, 증가하는 인구를 위한 저렴한 소비재, 중산층의 소비력과 여가생활 향유에 초점을 맞춘 레저 등 다양한 업종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는 “이 세상에서 변하지 않는 유일한 진리는 세상에 모든 것은 변한다는 사실뿐”이라고 말했다. 지난 15년간 이어져 온 펀드 투자의 패러다임 변화는 새로운 트렌드를 선도하며 한국의 금융투자업계를 발전시켰다. 그리고 헤라클레이토스가 말한 진리 대로 앞으로를 이끌어 갈 패러다임 변화는 현재 진행 중이다.

마이클 리드 피델리티자산운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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