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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니뇨 심상찮다는데 … 농산물 투자 해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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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그리스발 악재로 주식과 채권 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시장이 그리스 사태를 심각한 악재로는 바라보지 않는다곤 하지만, 그렇다고 무시할 수준도 아니다. 5일 실시되는 국민투표, 20일 만기가 돌아오는 유럽중앙은행(ECB) 부채 상환 같은 이벤트가 시장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는 불안 요소다. 중국 시장도 연일 급락세다. 지난달 12일 5166.35였던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2일 3912.77를 기록, 20여 일 만에 24.3% 하락했다. 이럴 때 투자자 입장에선 주식의 변동성을 보완해줄 투자처가 필요하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추천하는 건 농산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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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산물 가격은 날씨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헌데 지난 5월부터 때이른 폭염이 시작되는 등 올해 날씨가 심상치 않다. 엘니뇨 때문이다. 엘니뇨는 적도 인근의 페루와 에콰도르 서부 바다의 수온이 평년보다 높아지는 것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0.5도 이상 상승하지만 심할 때는 7~10도까지 오르기도 한다. 최근 이 지역 해수면 온도가 1.4도 이상 높은 상황이 2개월 이상 이어지고 있다. 지난 3월엔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이 엘니뇨 단계를 주의에서 경보로 한 단계 격상했다. 윤관철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엘니뇨가 발생하면 동태평양 지역엔 홍수가, 서태평양 지역엔 가뭄이 발생해왔다”며 “엘니뇨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주요 농산물 선물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미국 시카고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선물 가격이 옥수수는 한달 사이 17.5%, 대두는 12.7%, 밀은 19% 상승했다.

 농산물 가격 급등엔 구조적인 원인도 작용하고 있다. 미국 농업부에 따르면 올해 미국 내 4대 농산물(옥수수·대두·밀·면화) 경작 면적은 지난해보다 1.4% 줄어들 전망이다. 사실 최근 3년 간 주요 농산물 가격은 60% 이상 하락했다. 그런데도 전세계적으로 경작 면적은 거의 줄지 않았다. 각국 정부가 농업 보조 정책을 썼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보조금을 비롯한 지원책이 줄어들 전망이다. 미국은 보조금 규모를 줄였고, 브라질과 태국은 정치 불안과 재정 악화로 여력이 없다. 중국 역시 농산물 비축 재고가 늘면서 국가수매제도를 폐지하기로 했다. 병충해에 대한 내성이 강한 유전자변형농산물(GMO) 종자의 비중이 이미 80%까지 올라가 있어 앞으로 단위 면적당 수확량이 더 늘어날 가능성 역시 크지 않다.

 전문가들은 “당장 가격이 크게 오를 것이라고 보고 투자하기 보단 추가로 하락할 여지가 크지 않다고 보고 투자 전략을 짜는 게 안전하다”고 말한다. 엘니뇨 강도가 예상만큼 강하지 않으면 오히려 농산물 생산량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날씨를 맞추는 건 주가를 맞추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유경하 동부증권 연구원은 “농산물 최대 소비국인 중국 경기가 여전히 부진하고 최대 수출국인 러시아와 브라질 통화 가치가 하락하고 있다는 것도 농산물 가격 상승을 막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이럴 때 적합한 상품이 농산물을 기초자산으로 한 파생결합증권(DLS)이다. DLS는 기초자산 가격이 일정 범위(녹인) 아래로 떨어지지 않으면 약속한 수익률을 보장하는 구조라 기초자산 가격이 저점일 때 투자하면 유리하다. 원금 손실을 피하고 싶다면 기대수익률을 낮춰 원금보장형 DLS를 선택하면 된다.

 적극적인 투자자라면 농산물 선물 지수를 쫓아가는 상장지수펀드(ETF)를 활용할 수 있다. 국내 상장 ETF 중 농산물 관련 상품은 타이거 농산물 선물 ETF와 코덱스 콩 선물 ETF가 있다. 미국 ETF로 눈을 돌리면 선택의 폭이 더 넓어진다. 김일혁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미국에선 농산물 지수를 추종하는 ETF 뿐 아니라 몬산토 같은 주요 농산물 기업을 편입하고 있는 농기업 ETF에도 투자할 수 있다”며 “가격 등락에 따른 위험을 줄이려면 분할매수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정선언 기자 jung.sune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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