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달성군 현풍면 지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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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경북 달성군 형풍명 지동-.
김굉필의 19세손 김병의씨(66)가 5백년 종통을 잊고 있는 유서깊은 마을. 지동14번지에 기둥을 내린「한훤고완」은 김굉필의 장손들이 2백50여년동안 대를 물리며 살아온 종가집이다. 「소학」을 읽고 또 읽었던 김굉필을 기리어「소학세가」라 불리기도 한다.
평소 벼슬과 재물은 탐하지 않았던 선조들의 기질탓인지 지동마을 출신중에는 권력의 정상에 올랐던 인물도, 떼 돈을 모은 재벌도 찾아보기 힘들다.
『영남 명문으로서의 반촌의 전통을 고수하며 음풍영월로 살았다』고 김병의씨는 말한다. 일제때는 상투자르기 거부운동을 벌였던 반골촌으로도 유명했다. 종손 병의씨의 선친 김준영씨는 해방직후 제헌국회의원에 출마했을 때 상투를 들고 선거유세를 벌여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도동서원이 있는 도동동은 이곳에서 동쪽으로 10㎞ 남짓거리-, 김굉필이 유배지인 순천에서 사약을 받고 숨지자 김언숙·김언상·김언학등 그의 아들 3형제는 아버지의 시신을 도동동으로 운반, 장사를 지냈다.
그리고 연산군의 보복을 피하기 위해 언숙과 언학은 현풍으로 언상은 창녕으로 피신, 은거했다. 오늘날 현풍·창녕일대가 집성촌을 이룬 것은 바로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도동동의 옛이름은 보로동. 그러나 김굉필의 학문과 명성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공자의 도가 동쪽으로 왔다」는 뜻에서 영남의 사림들이 「도동동」으로 개명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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