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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우 박사의 건강 비타민] 팔다리가 멋대로 꼬여요 … 근긴장이상증 환자 지난해 3만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4면

경기도 수원시에 사는 박모(25)씨는 셔츠의 목 뒷부분이 유난히 많이 구겨진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뒷목이 당기고 등이 아프더니 고개가 뒤로 젖혀지기 시작했다. 스스로 고개를 가누지 못할 정도가 되면서 회사를 그만뒀다. 뇌성마비 환자로 오해를 받았다. 실제로 뇌성마비가 아니라 근긴장이상증이다. 근육(근)의 수축(긴장)에 문제(이상)가 발생하는 병이다. 정상적인 사람은 한쪽 근육이 수축하면 반대편 근육은 이완된다. 근긴장이상증 환자는 근육이 동시에 수축하면서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팔다리가 꼬이거나 반복적으로 움직이는 증상이 나타난다.

 1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근긴장이상증으로 진료를 받은 사람은 3만68명이다. 이 중 50대가 21.8%로 가장 많다. 다음으로 60대(17.4%), 40대(16.5%) 순으로 많았다. 20대까지는 남성이 많고 30대부터는 여성이 훨씬 많다. 특히 50대 이후는 여성이 남성의 두 배가량 된다.

 뇌성마비는 아기 때 처음 증상이 나타나고 뇌 손상 정도에 따라 단순한 마비부터 몸이 뻣뻣해져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유형까지 다양하다. 이와 달리 근긴장이상증은 뇌 손상 이외에도 유전 등 원인이 다양하다. 청소년기 이후에 흔히 발생한다.

 근긴장이상증 증상은 신체의 일부에 나타나기도 하지만 전신에 나타날 때도 있다. 박씨처럼 목이 돌아가는 유형을 사경(斜頸)이라고 한다. 눈 근육이 수축해 눈이 자꾸 감기는 경우도 있다. 목의 성대 근육이 수축해 숨이 막혀 말을 잇지 못하거나 목이 조이는 것처럼 말하는 사람도 있다.

 팔 또는 손목에 증상이 나타나면 글씨를 쓸 수 없게 된다. 악기를 다루는 음악가에게 이 병이 생기는 경우가 더러 있다. ‘음악가 경련’이라고 부른다.

 근긴장이상증은 원인에 따라 1차성, 2차성으로 나뉜다. 1차성은 원인을 잘 모르거나 유전적인 경우가 많다. 2차성은 뇌성마비·뇌졸중·뇌 손상·뇌염 등이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1차 치료법은 항콜린제·근이완제 등 다양한 약물과 물리치료를 병행하는 것이다. 또한 일부 근육에만 수축 이상이 나타나면 보톡스로 치료할 수 있다. 이런 치료가 효과 없으면 뇌의 근긴장이상증을 유발하는 신경 회로에 전기 자극을 주는 뇌심부자극술(DBS)을 시행한다.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에서 2000년 이후 80여 명의 근긴장이상증 환자에게 이 시술을 했더니 환자의 일상생활 및 운동 능력이 평균 70~80% 이상 호전됐다.

 근긴장이상증은 초기에 정확하게 진단을 받게 되면 치료가 충분히 가능하다. 문제는 환자 대부분이 경미한 증상이 있을 때 치료를 시작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증상이 악화돼 신체에 2차적 손상이 생기고 일상생활에 큰 문제가 발생해서야 병원을 찾는다. ▶몸이 꼬이고 ▶두 눈을 뜨기 어렵거나 ▶글씨를 몇 줄 쓴 후 더 쓰기 어려운 경우 ▶말할 때 목이 조이거나 ▶목이 자꾸 돌아가거나 당기는 느낌이 들면 즉시 전문의를 찾는 게 좋다.

장진우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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