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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를 내다본다<신년특집 2>"먹는 문제는 내가 맡는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인간에게는 어제보다는 오늘에, 또 오늘보다는 내일에 더 좋은 삶이 있으리라는 본능적 기대감이 있다.
때문에 15년 앞으로 다가온 21세기를 풍요와 행복, 안락과 평화가 넘치는 장미빛 미래로 그리며, 그 실현을 위해 애쓰는 것이다.
그러나 장미빛 미래사회를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반드시 선결돼야할 많은 과제들이 산적해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앞에 오는 것이 먹는 문제.

<밀·벼·옥수수까지>
식량부족으로 인한 기아는 인류역사와 궤를 같이해온 오랜 숙제로 지금 이순간에도 15억인구가 배고픔에 시달리고 있다.
지금과 같은 인구증가가 계속되는 한 21세기초에는 세계인구 62억명중 20억명 이상이 굶주림에 직면하게 된다.
그렇다면「배고픔이라는 질병」을 치료할 처방은 없는 것일까.
그 대답은 인류는 이미 처방전을 쥐고 있다는 것이다.
20세기말에 새로운 장을 연 유전공학이라는 이름의 현대판 연금술이 바로 그 해답이다.
사람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 세포 속에 들어있으면서 생물의 형질을 결정하는 유전인자―이것을 조작, 또는 재결합해서 새로운 형질의 생명체를 만들어 식량과 육류의 품종개량·암등의 난치병치료·새로운 에너지개발 등에 이용,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한다는 것이 유부공학 기술의 기본개념이다.
1973년 미국 스탠퍼드대학의「스탠리·코언」교수와 캘리포니아대버클리캠퍼스의「허버트·보이어」교수가 특정바이러스의 유전인자를 E클라이라는 인체대장균의 세포속에 집어넣어 바이러스의 일부 성질을 갖는 새로운 대장균을 만들어냄으로써 시작된 유전공학기술은 그후 괄목할만한 진전을 보여왔다. 특히 식량해결을 위한 이 분야의 노력은 21세기를 향해 순조로운 항해를 계속하고 있다.
60년대까지도 신의 고유권한으로 치부돼 왔던「새생명 창조 영역」에 인간이 손을 대기 시작한 유전공학기술은 식물학적인 접근 방법과 동물학적인 접근방법을 통해「인류의 식량문제해결」이라는 지상과제를 풀어 나가고있다.
식물학적 접근방법을 통한 식량해결의 당면목표는 밀·벼·옥수수·콩·감자등 곡식의 품종을 유전공학적으로 바꿔줘 생산량을 획기적으로 증대시킴으로써 인간의 기본열량을 충족시켜주자는 것.
81년 미국위스콘신대「티모티·홀」교수팀이 해바라기에 콩단백질 유전자를 심는 조직배양에 1차성 공해 단백질이 풍부한 해바라기씨를 수확한 것을 비롯해 82년에 미국 캔자스대와 서독 막스플랑크연구소에서 뿌리에는 감자가 열리고 줄기에는 토마토가 열리는 이른바「포마토」의 기초배양에 성공했다.

<「녹색혁명」눈앞에>
최근 일본의 국립유전학연구소는 벼에 뿌리혹박테리아를 접합시켜 비료 없이도 쌀을 거둘수 있는 연구에 상당한 진전을 보이고 있다.
또 한국인 과학자인 안진흥박사(미워싱턴대) 는 83년 유전자조작을 통한 식물품종개량에 필수물질로 쓰이는 벡터제조방법을 개발해 이분야 연구에 촉진제가 되고 있다.
한편 단백질의 주공급원인 육류의 증산을 위한 동물학적 접근방법에서는 81년8월 오하이오대의「토머스·와그너」박사팀이 쥐의 수정란에다 토끼유전자를 집어넣어 최초로 포유동물간 유전자조작에 성공함으로써 신종포유동물의 출현을 가능케 했다.
83년 펜실베이니아대의「램프·브린스터」교수팀과 오하이오대「와그너」박사팀이 거의 동시에 사람성장호르몬유전자를 보통쥐에 넣어 슈퍼생쥐를 만들어 내게됨에 따라 멀지 않아 황소만한 돼지, 코끼리만한 황소의 출현도 기대해 볼 수 있게됐다.
이렇듯 유전공학분야를 통한 인류식량문제해결을 위한 노력은 세계각국의 대학·연구소·기업들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 현재 5백여개에 달하는 기업과 연구기관이 과제에 매달려 있다.
이들은 소위 유전공학을 통한「그린 레벌루션」(녹색혁명)의 꿈을 성취해 보겠다는 두뇌들이다.
미국 중북부 위스콩신주 매디슨시 한 연구실에서도 21세기를 향한 녹색혁명의 싹을 키우고 있다.
이싹의 이름은「해바라기 콩」(Sun Buan). 해바라기에서 콩을 열리게 하는 유전공학의 산실이다.

<종자뽑는게 숙제>
매디슨시의 동족 12km외곽에 자리한 어그리제네틱스사 연구소 온상에는 12그루의 해바라기가 자라고있다. 그러나 이 해바라기는 인류의 식량문제 해결을 위한 하나의 시금석으로 이분야 연구가들의 주목을 받고있다.
외견상 보통해바라기와 별로 다를 바가 없는 이 식물의 밑둥에는 어린아이 주먹만한 흑갈색의 혹이 달려있다.
이 연구소「존·캠프」박사의 설명에 따르면『흙속에 사는 아그로박테리아라는 미생물의 세포유전자를 일부 떼어내고 거기다 콩의 단백질제조용 유전인자를 집어넣은후 그 박테리아를 해바라기가 15cm쯤 자랐을 때 뿌리 가까운 줄기에 주사하면 혹이 생기면서 해바라기전체에 단백질이 공급된다.』는 것이다.
어그리제네틱스사가 이 연구를 하게된 것은 81년 위스콘신대「티모디·홀」교수와 함께 해바라기콩의 최초 배양에 성공했던「존·캠프」박사(당시 미농무성 연구원)를 스카웃 하면서부터.
당시「홀」박사팀은 1차배양에는 성공했으나 해바라기콩이 대대로 풍부한 단백질을 함유하도록 하는데는 실패했었다. 따라서 이번의 연구는 바로 이식물에「멘델」의 유전법칙이 적용되도록 종을 정착시키는 과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편 이연구소에서는 담배에 강남콩의 단백질유전자를 집어넣어 담배를 단백질원으로 할수 있는 담배콩(To―bean)의 재배에도 이미 성공했다. 그렇지만 해바라기열매에 콩이 열린다고 해서, 또 담배 잎에 단백질이 많다고 해서 식량해결에 당장 무슨 도움이 된다는 것은 아니다.
해바라기나 담배가 아무리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고 병충해에도 강하다지만 그 자체가 주곡이 될 수는 없다.
그것은『우리가 해바라기콩을 완벽하게 재배하는데 성공했다 하더라도 그것은 다음 단계를 향한 하나의 발판일 뿐』이라는「존·잉글」소장의 말에서 잘 설명된다.
이들의 확고한 목표는 주곡인 밀·벼·옥수수등 외떡잎 식물의 품종개량을 통해 증산과 영양분 함량을 높이는데 있다.
해바리기콩은 유전공학을 이용, 다른 식물의 성분을 대대로 갖게 하는 첫관문의 열쇠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 이것에 성공한다면 학자들은 단백질이 풍부한 밀이나 옥수수, 염분이 있는 땅이나 비가 적은 지방에서도 자라는 밀이나 벼의 종자를 정착시키는 연구에 한걸음 접근하는 것이 된다.<미국매디슨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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