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류 과학자 꿈꾸는 「수학박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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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하루 5∼6시간씩 자면서 예습·복습을 충실히 했을 뿐인데 전국 수석이라니 꿈만 같습니다.』 자연계 여학생으로 학력고사 사상 처음으로 전체 수석을 차지한 이미령양(18·서울 미림여고 3년)은 차분하기 이를 데 없었다. 학력고사 문제 중 이양이 틀린 것은 국어·한문· 가사·정치경제에서 각각 1문제씩 모두 4문제.
여학생이 약하다는 수학은 I·Ⅱ 모두 만점을 받았다. 그동안 전국 모의고사에서 줄곧 자연계 수석이었고 지난해 서울시교위 주최 수학 경시 대회에서도 1등을 차지했으며, 초·중·고교 동안 한번도 1등을 뻬앗기지 않은 지능지수(lQ) 1백 52의 재원이다.
『두뇌보다 노력과 운으로 수석을 했다고 생각해요. 무엇보다 시험 당임 책상에 앉는 순간 마음이 차분해 큰 도움이 되었읍니다.』 수학을 좋아해 서울대 물리학과에 진학, 과학자가 되는 게 꿈이란다. 취미는 붓글씨로 응접실에 퇴계의 한글 시조를 써서 걸어 놓을 정도의 수준급이다.
이창활(49)·윤인준씨(44) 부부의 1남 1녀 중 맏이. 아버지 계씨는 종업원 50여명의 흥진금속주식회사(경기도 반월공단) 대표로 비교적 여유있는 가정이다.
어머니 윤씨는 시험 전날 『호박덩굴이 뻗어 오르는 꿈이 길몽이었다』며 싱글벙글.
담임 송건수 교사(36)는 이양의 별명이 「컴퓨터」로 은근히 수석을 기대했었다고 자랑했다.
79년 설립된 사립 미림여고는 82년 1회 졸업생 김은주양(20·서울대 의대 재학)이 여자 자연계 수석을 차지한 이후 경사가 겹쳐 축제 분위기다. <권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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