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 어제 사실상 공식 발족했다.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협정문 서명식에는 57개 창립 회원국 재무·재정장관이 참석했다. AIIB 발족의 의미는 간단치 않다. 중국 주도로 설립되는 최초의 국제금융기구다. 브레튼우즈 체제 이후 미국이 주도해 온 국제 금융질서에 지각변동이 시작됐다는 의미다. 중국 언론은 ‘팍스 시니카(Pax Sinica) 시대의 개막’이라며 흥분하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참여한 우리나라도 지금부터 해야 할 일이 많다.
AIIB는 우리가 창립 단계부터 참여하는 첫 국제금융기구다. 그런 만큼 이를 지렛대 삼아 글로벌 금융외교 영역을 확장하는 데 우선 주력해야 한다. 이 기구가 중국의 독주로 흐르지 않도록 의사 결정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개방·포용의 원칙이 지켜지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누구보다 우리가 이런 역할을 제대로 해내야 기구도 살고 우리의 영향력도 커질 수 있다.
활짝 열린 아시아 인프라 투자 시장을 선점해 국익 신장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지금도 한 해 7300억 달러(약 820조원) 규모인 아시아 인프라 시장은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 구상으로 파이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우리 기업엔 절호의 기회다. 도로와 항만, 통신·에너지는 물론 스마트시티까지 뛰어난 기술과 역량을 갖추고도 국내 기업은 아시아 인프라 시장에서 지금까지 중국·일본에 많이 밀렸다. 장기자본조달 등 금융이 못 받쳐주고 있기 때문이다. AIIB를 지렛대 삼아 그런 약점을 보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마침 정부는 민간과 합동으로 ‘코리안 패키지’(가칭)를 만들어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에 올라타는 방안을 구상 중이라는데 좀 더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
AIIB를 북한 진출의 연결고리로 삼는 노력도 필요하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이날 “여건이 되면 AIIB를 통해 적극적으로 북한을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AIIB 자금을 지원받아 개발에 나서면 국내 민간 기업의 참여도 늘 것이다. 이는 북한의 개혁·개방에 미치는 우리의 역할을 확대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