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활짝 열린 AIIB 시대, 국익 신장에 좋은 기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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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 어제 사실상 공식 발족했다.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협정문 서명식에는 57개 창립 회원국 재무·재정장관이 참석했다. AIIB 발족의 의미는 간단치 않다. 중국 주도로 설립되는 최초의 국제금융기구다. 브레튼우즈 체제 이후 미국이 주도해 온 국제 금융질서에 지각변동이 시작됐다는 의미다. 중국 언론은 ‘팍스 시니카(Pax Sinica) 시대의 개막’이라며 흥분하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참여한 우리나라도 지금부터 해야 할 일이 많다.

 AIIB는 우리가 창립 단계부터 참여하는 첫 국제금융기구다. 그런 만큼 이를 지렛대 삼아 글로벌 금융외교 영역을 확장하는 데 우선 주력해야 한다. 이 기구가 중국의 독주로 흐르지 않도록 의사 결정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개방·포용의 원칙이 지켜지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누구보다 우리가 이런 역할을 제대로 해내야 기구도 살고 우리의 영향력도 커질 수 있다.

 활짝 열린 아시아 인프라 투자 시장을 선점해 국익 신장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지금도 한 해 7300억 달러(약 820조원) 규모인 아시아 인프라 시장은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 구상으로 파이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우리 기업엔 절호의 기회다. 도로와 항만, 통신·에너지는 물론 스마트시티까지 뛰어난 기술과 역량을 갖추고도 국내 기업은 아시아 인프라 시장에서 지금까지 중국·일본에 많이 밀렸다. 장기자본조달 등 금융이 못 받쳐주고 있기 때문이다. AIIB를 지렛대 삼아 그런 약점을 보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마침 정부는 민간과 합동으로 ‘코리안 패키지’(가칭)를 만들어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에 올라타는 방안을 구상 중이라는데 좀 더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

 AIIB를 북한 진출의 연결고리로 삼는 노력도 필요하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이날 “여건이 되면 AIIB를 통해 적극적으로 북한을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AIIB 자금을 지원받아 개발에 나서면 국내 민간 기업의 참여도 늘 것이다. 이는 북한의 개혁·개방에 미치는 우리의 역할을 확대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