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6월 29일 오후 5시57분, 서울 서초동 법원청사 건너편에 있던 삼풍백화점이 붕괴됐다. 삼풍백화점은 당시 업계 1위(매출액 기준)를 달리던 호화 백화점이었다. 규모도 서울 소공동의 롯데백화점 본점에 이어 두 번째였다. 그러나 지상 5층부터 지하 4층까지 붕괴되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20여 초에 지나지 않았다.
502명이 사망하는 등 1445명의 사상자가 발생해 국내에서 한국전쟁 다음으로 최대 인명 피해를 기록했다. 이 참사는 탐욕이 빚어낸 전형적인 인재(人災)였다. 수익을 위해 안전을 포기하고, 책임자는 대피 방송 없이 도피하고, 사고 수습이 우왕좌왕 진행되는 등 원인부터 결과까지 지난해 4월 세월호 참사와 ‘평행이론’처럼 닮은꼴이었다.
전문가들은 “삼풍백화점 참사 후 정부와 사회가 예방 및 대응 시스템을 강화하겠다고 다짐했지만 실상 달라진 게 없었다”고 말했다. 윤명오 서울시립대 재난과학과 교수는 “두 사건 모두 징후가 감지됐지만 이를 무시했다가 대형 참사로 이어졌고, 사고 초기 구조활동에 실패했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유사한 재난이 되풀이되는 건 정부가 사고 원인을 ‘안전 불감증’으로 돌리고 제대로 된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류충 한국소방안전협회 정책연구소장은 “삼풍백화점 참사는 ‘사후 복구’에서 ‘사전 예방-신속 대응’으로 재난 관리 방향이 바뀌는 전환점이 됐다”면서도 “시스템 개혁보다 관료사회의 이익을 뒷받침하는 전담조직 확대에 치중해온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류 소장은 “지휘통제 시스템의 계층 구조를 최소화해 반응 속도를 높이고 운영체제를 일원화하는 노력이 시급하다”고 했다.
유성운·김선미 기자 pirat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