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비난받은 대구 메르스 공무원 퇴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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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154번 환자인 대구 남구청 6급 공무원 A(52)씨가 26일 퇴원했다. 이로써 대구·경북은 메르스 확진 환자가 없는 청정 지역이 됐다. 경북의 메르스 확진자였던 포항의 고교 교사 B(59)씨는 "지역 사회에 물의를 빚어 죄송하다"며 지난 22일 완쾌돼 학교로 돌아갔다.

A씨는 이날 오전 10시쯤 검정색 바지에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서둘러 경북대병원을 빠져나갔다. 얼굴 노출을 꺼려 마스크까지 쓴 채 병원에서 미리 준비한 구급차를 타고 귀가했다.

A씨는 지난달 27일과 28일 삼성서울병원을 다녀왔다. 그리고 지난 13일부터 오한과 발열 증세를 보였다. 그러나 15일 "몸살 기운이 있다"며 보건소를 찾아가기 전까지 자진신고를 하지 않았다. 메르스 감염 상태에서 대중목욕탕에 가고 전통시장과 노래방 등을 다녔다. 이로 인해 대중목욕탕은 문을 닫았고 전통시장은 개점휴업 상태가 됐다. "공무원이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는 대구 시민들의 비난이 끊이지 않았다.

경북대병원 측은 "A씨가 메르스는 완치됐지만 (잇따른 비난으로) 적응장애 증세를 보이고 있어 추후 정신과 치료를 받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A씨는 퇴원 전날인 지난 25일 기자들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누를 끼쳐 죄송하다. 속죄하며 살겠다"고 말했다. "가족을 챙겨야 하기 때문에 사표를 내는 등 공직을 그만둘 생각은 없다"고도 했다.

대구=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사진=공정식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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