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RUSSIA 포커스] 모스크바서 만난 한·러 벤처 전문가 … "양국 기술 협력 이미 시작, 합작기업 설립 가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5면

이고리 아가미르쟌(왼쪽) 러시아벤처컴퍼니 대표와 오건택 한국기술벤처재단 사무총장. [RVC 공보실]

네온사인과 화려한 간판들이 붉은 벽돌로 지은 유서 깊은 공장 건물들에 걸려 있다. 모스크바 중심부의 발추크 섬에 있는 옛 ‘붉은 시월’ 초콜릿 공장의 건물들이다. 러시아벤처컴퍼니(RVC)와 한국기술벤처재단(KTVF)이 한-러 양국의 혁신 에코시스템과 기술 협력 기회를 주제로 주최한 ‘한-러 비즈니스 위크’가 지난 6월 1~4일 이곳에서 처음 열렸다.

주최 측은 ‘한-러 비즈니스 위크’의 주요 과제가 러시아와 한국 기업들에 핵심 산업 분야 파트너와 고객을 찾아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행사에는 양국에서 100여 명이 참가했다. 과학계 대표들도 행사에 참가해 자신들이 개발한 기술을 소개했고 이 기술을 상용화할 용의가 있는 중소기업 대표들도 함께했다.

Russia포커스가 한국 대표단을 이끈 오건택 KTVF 사무총장과 올레크 플락신 RVC 국제 프로젝트 책임자를 만나 한-러 기술·혁신 협력의 미래에 관해 들어 보았다.

- 한-러 기술 협력이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 것으로 보는가

오건택="러시아는 전통적으로 자연과학 분야에 강하다. 반면 한국은 생산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우리는 두 기관이 이번에 체결한 협력협정(MOU)을 토대로 양측에 유리하고 흥미로운 협력을 발전시킬 예정이다. 하지만 이건 첫걸음일 뿐이다. 한국에는 ‘첫술에 배부르랴’라는 속담이 있다. 따라서 뭔가 성과를 논하기는 아직 이르다. 하지만 ‘시작이 반이다’는 속담도 있다. 그래서 나는 우리의 협력이 이미 성공적으로 시작됐다고 평가한다.”

올레크="우리의 주요 과제는 러시아와 한국의 기업들이 기술연구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더 나아가 합작기업을 설립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다. 우리가 지금은 생각지도 못하는, 전혀 뜻밖의 제안이 수없이 나올 수도 있다. 기업뿐 아니라 사람도 많은 만큼 주요 관심사도 많다. 모두가 각자 자신의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러시아와 한국의 첨단기술 혁신 기업들이 서로 만나 공통의 언어를 찾을 수 있도록 협력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 어떤 리스크나 어려움이 있다고 보는가

올레크="리스크 말인가? 내가 보기에 리스크는 매우 일반적인 것이다. 시장 리스크가 있는가 하면, 상호 문화 차이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는 리스크도 있다. 내가 보기에 중요한 시장이라면 어디서나 리스크는 대동소이다.”

오건택="그렇다. 소통을 가로막는 장벽이 큰 어려움이다. 관습도 각기 다르고 서로에 대해 느끼는 두려움도 있다. 하지만 여기에도 해결책은 있다. 제때 이윤을 창출하는 것이야말로 협력의 성공을 보장해 준다. 시간만큼은 꼭 준수해야 한다. 이 점에서 우리의 방법은 러시아 측 동료들과 비슷하다. 우리도 작업 과정에 속도를 내기 위해 관료주의 절차를 간소화하고 있다. 작업을 시작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은 최종 결과를 내다보는 것이다. 우리가 어떤 집을 짓고 있는지 기초를 놓을 때부터 알게 된다면 소통의 어려움도 쉽게 극복하게 될 것이다. 가정에서는 부부가 서로에 대한 신뢰를 잃고 불화에 빠지지 않게 대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더 중요하다. 이렇듯 나는 올바른 소통이 우리가 어떤 어려움이라도 극복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믿는다.”

- 한-러 혁신 협력은 현재 어떤 단계에 와 있나

올레크="러시아에는 한국 회사들과 다양한 방식으로 협력하고 있는 기업들이 이미 많이 있다. 한국에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기업도 많고 한국 상품을 구매하는 기업도 많다. 하지만 우리의 과제는 훨씬 더 깊은 수준의 협력에 있다. 합작 제품 개발과 생산, 다른 동남아 시장 공동 진출을 위한 장기 협력이 우리의 과제다. 한국 파트너들이 돌아가고 나면 잠재적 협력 목록을 작성하기 시작해 가을께 완료할 예정이다. 9월 초순에 한국을 답방할 계획인데, 거기서 최종 목록을 완성할 것이다.”

오건택="한국에는 ‘온고지신’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한국과 러시아 사이에는 정치·경제·역사적으로 긴장 상황이 많았다. 하지만 이 모든 건 지나간 과거다. 지금은 신기술 시대다. 신세대들은 새로운 관계를 건설해야 한다. 성공적인 협력 사례들도 이미 존재한다. LG가 그런 사례였고 공동 무기 개발도 있었다. 우주 프로젝트들도 있다. 우리는 한국의 선진 응용기술을 러시아의 자연과학 성과에 빠르게 접목할 수 있고 생산시설을 조성해 첨단기술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러시아는 한국과의 협력에서 어떤 장점이 있다고 보는가

올레크="최고의 생산 조직과 고도의 기술 문화, 선진 R&D 투자 문화가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볼 때 러시아는 훨씬 미숙하고 다소 거칠다. 러시아에서는 모든 게 편의주의적이다. 뭔가가 보인다 싶으면 거기로 달려가서 그것을 가로챈다. 한국에서는 모든 게 뿌리를 매우 단단히 내리고 잘 조직돼 있다. 한국 기업들은 장기 전망으로 운영하고 아주 이른 단계에서 기술 투자를 시작하며 연구를 심도 깊고 일관되게 수행한다. 이렇게 하면 당연히 비용이 많이 들지만, 10~15년 후면 해당 분야에서 절대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

- 러시아는 한국의 프로세스 실행, 다시 말해 기술적 성과보다는 마케팅 전략에 특히 관심을 두고 있다고 할 수 있나

올레크="기술은 살 수 있다. 하지만 생산 문화와 연구생산 문화는 살 수 없다. 이런 문화는 한국 측 파트너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다시 한 번 말하자면, 우리의 협력 방식은 러시아와 한국 기업들 사이에 기술 제휴를 이끌어내는 데 있다. 또 합작기업 설립도 가능하다. 이는 분명하게 기술되고 훌륭하게 계획된 목표들이 담겨 있고 양측 모두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매우 공평하고 완전한 협력 방식이다.”

엘레나 김

본 기사는 [러시스카야 가제타(Rossyskaya Gazeta), 러시아]가 제작·발간합니다. 중앙일보는 배포만 담당합니다. 따라서 이 기사의 내용에 대한 모든 책임은 [러시스카야 가제타]에 있습니다.

또한 Russia포커스 웹사이트(http://russiafocus.co.kr)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