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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대적 M&A 막으려면 복수의결권주 도입 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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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구글은 2004년 상장 때 1주당 1개 의결권이 있는 클래스A 주식과 1주당 10개 의결권을 갖는 ‘복수의결권주’인 클래스B 주식을 함께 발행했다. 그 결과 이 회사 최고경영자(공동창업자)들은 시장에 공개하지 않은 클래스B 주식의 92.5%를 보유하면서 의결권의 60.1%를 행사하고 있다.

 김수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원은 “구글 시가총액이 상장 당시 230억 달러에서 10년 만에 4000억 달러까지 급등할 수 있었던 배경 중 하나가 복수의결권주 도입을 통한 경영권 안정화”라고 말했다.

 최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둘러싼 삼성그룹과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 간의 분쟁 같은 사태가 재발하는 것을 막으려면 복수의결권주·포이즌 필(poison pill)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경연은 23일 발간한 ‘상장 활성화를 위한 상장사 제도합리화 과제’ 보고서에서 “엘리엇 사태에서 드러난 것처럼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대한 우리나라 기업의 방어수단이 미흡해 기업이 상장을 기피한다”고 지적했다.

 한경연은 또 해외 투기자본으로부터 국내 기업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2009년 법무부가 도입하려 했던 ‘포이즌 필’(신주인수선택권) 도입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포이즌필은 적대적 M&A나 경영권 침해 시도가 발생한 경우 기존 주주들에게 시가보다 훨씬 싼 가격에 지분을 매입할 수 있도록 권리를 주는 제도다.

◆삼성, 엘리엇에 주주명부 공개키로=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엘리엇은 삼성물산 측으로부터 삼성물산 주주명부를 확보할 전망이다. 삼성물산은 오는 24일 엘리엇 측에 주주명부 열람과 등사를 허용하기로 했다. 상법 396조는 주주는 회사의 주주명부의 열람과 등사를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앞서 엘리엇은 지난 16일 삼성물산에 서신을 보내 주주명부의 열람과 등사를 청구한 바 있다.

 또 삼성물산 최고경영자(CEO)인 최치훈(건설부문)·김신(상사부문) 사장이 여러 경로로 국내외 기관 투자자를 만나 합병 취지와 기대효과를 설명하고 있다. 홈페이지에는 합병 관련 설명자료를 올리는 등 주주를 상대로 활발한 소통 전략을 펼치고 있다.

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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