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인구집중

중앙일보

입력 1984.1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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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요즈음 서울시 상주인구가 9백50만명으로 밝혀지므로 말미암아 인구문제가 또다시 「인구에 회자」되고있으며 2년후에는 1천만명을 돌파하리라는 예측이 그다지 어렵지않게되었다. 정부는 이러한 인구집중에 대응하여 1964년 대도시 인구방지책으로부터 금년 7월 수도권정비계획 확정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정책수단을 시행하여왔다.
성남으로 몰아 내보기도 하고 무허가건물의 단속은 물론 인두세와 같은 주민세를 부과하였다. 70년대부터는 공장과 대학교의 신·증설을 억제하였고 반월과 같은 신홍공업도시를 건설하였으며 「그린벨트」를 둘러쳐서 물리적으로 압박을 주기도 하였다.
77년에는 임시행정수도구상을 발표하여 마지막 충격요법까지 동원하여 보았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난 20년간 서울인구는 2.5배 이상 증가하였으며 실현성없는 목표인구라는 숫자놀음으로 국민들에게 불신의 확대재생산만 일으킨 느낌마저 든다.
최고통치자의 지시적인 정책이라도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정부부처간에 상호이해가 얽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추진하는 과정에서 마치 연날리기대회처럼 상대방의 실(수단)을 끊어 먹게되어 흐지부지 끝나기도 했다. 공장분산만 하더라도 국가목표가 수출이 최우선일진대 인구분산시책이 희생될수밖에 없다는 주장에 밀려나기 일쑤였다.
대학졸업정원제는 의도하지않게 증원효과를 가져왔고 학교와 공장이 나간 빈땅에는 대규모 사무실이나 아파트가 들어서서 당초목적과는 배치되었다. 서울주변 인천남동에는 방대한 공업단지가 들어서는가하면 지방공단은 아직도 여지가 많다. 한마디로 목표한 인구가 분산되기 전에 각부처의 시책이 먼저 분산되는등 일관성이 부족하였다고 본다.
계획과 집행이 동떨어질 뿐아니라 「내보내는」정책과 「받아 들이는」정책의 연결이 잘안되었으며 특혜를 수반하는 분산시책에는 토지투기가 망령처럼 뒤따라 다니기도했다.
주무부처인 건설부는 자체고유기능만으로 모든 해결책을 모색하기에는 역부족이었고 경제기획원은 산업부문간 투자배분이 우선이기때문에 국토종합개발계획이 제시한 인구지방정착사업의 예산반영에 소극적일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전국민이 서울을 해바라기처럼 바라보고 사는 현실정에 비추어 인구분산은 일조 일석에 해결될 과제는 아니다.
뿌리 깊은 서울지배현상은 자본·인력·정보가 하나같이 수도에 집중되어 중앙집권적으로 나타난다. 수해가 나도 서울은 정부의 관심을 더받고 대입성적이 좋으면 으례껏 S대법대로 갈것처렴 『매스컴』이 부추긴다.
인구분산을 주창하는 사람일수록 수도서울에 기득권이 있으며 만원극장에 들어가서 무대앞 좋은 좌석을 차지한 사람이 뒷좌석에 서있는 사람보고 나가달라고 소리치는 격이다.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 중앙관서보다 2차관서나 산하단체가 나가게 하고 고소득층보다는 영세민을 내보내자는 것은 마치 만원버스에서 힘없는 사람만 떼밀어내는 방식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어떠한 정책의 변혁이 요망되는 것일까.
첫째로 서울시의 가시적투자를 대폭 지방도시로 전환시켜야한다. 많은 정책수단이 「지방도시 육성」이라는 가발을 쓰고 나타났다가 「서울인구억제」라는 의족을 끌면서 슬그머니 퇴행하기도 했다.
지방도시는 효율성이 낮다는 이유나,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서울을 죽일수 없다는 명분도 70년 후반부터는 설득력을 잃고있다. 끝없는 도시시설투자와 인구집중의 다람쥐쳇바퀴식 악순환은 이제 재고할싯점에 와있다. 서울에 유입되는 인구는 살기좋은 서울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먹고살수있는 서울에 매력을 느낀다.
일자리를 구하는 사람에게는 서울경제는 『오아시스』이고 지방경제는 바로 사막이다. 만약 해마다 서울에 25만명의 인구가 는다면 약2천2백억원의 시재정 추가부담이 오고 이는 지방도시 수십개의 예산규모를 넘는 엄청난 액수다.
둘째 인구분산의 관건은 국가경제의 지역화다.
서울은 지역간 경제교류의 중개기능까지 독점하여 우리나라 기업조직은 서울을 정상으로 한 방사선상구조다.
따라서 대도시화의 물결에 편승하면서 고급직종(화이트칼러)을 포함한 일자리를 계획적으로 분산하는 일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고 본다.
가장 실현성이 있는 방안은 부산·대인·광주·대전을 중심으로 광역도시권을 형성하여 수도권에 필적하는 4대취업권으로 지역경제의 핵을 삼는 일이다. 이를위하여 업무·금융·제조업기능을 분산하고 중앙부처의 산업행정도 과감하게 지방에 위양시켜야한다.
세째 지방분권화를 동시에 추진하여 지역발전에 자결권을 지닐수 있도록 지원한다.
서울인구분산을 겨냥한 지방분권은 결코 정치적 다이너마이트도 아니며 돈을 들이지 않고 할수 있는 국토공간의 민주화전략이다.
이것을 경제적 시각에서 보아도 총상위주의 국가성장이 지닌 한계성에서 탈피하여 지역경제화된 내수시장에 바탕을 둔 장기적인 국제경쟁력의 강화방안이라 할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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