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시조 대상 수상작품|겨울 관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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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낙엽들 다 지우고
골도 훤히 틔워놓고
나무는 나무끼리
바위는 또 바위끼리
까투리 까투리 빛으로
가라앉고 있는 관악.
이런 날 하늘빛은
가슴으로 무거워서
솔빛도 우렁우렁
징소리를 하고 있고
산머리 걸리는 시름
흰 눈발도 서성인다.
비울 것 다 비워야
담길 것도 담겨지나
저렇게 허한 것이
온 골안에 실려있는
저문 산 넉넉한 둘레를
등에 업고 우는 범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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