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현대경제연구원은 ‘글로벌 10대 트렌드’라는 제목으로 30쪽 분량의 2015년 경제 전망 보고서를 펴냈다. 특히 ‘질병 경제학’이라는 항목을 따로 둬 1990년대 이후 세계적으로 고위험군 질병이 3~4년 주기로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에볼라·신종플루 같은 신종 질병으로 세계적으로 최대 4조 달러의 경제적 피해가 발생했고, 중동 지역 위주로 번지고 있는 메르스도 주의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 보고서의 예측대로라면 메르스는 사실 6개월 전부터 충분히 경고음이 울린 사항이다. 민간경제연구소에 비해 정부의 선제적 대응이 부족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는 부분이다. 결국 정부는 메르스 예방에 실패했고 감염자는 172명(22일 기준)에 이르고 있다. 천재지변에 따른 경제 심리 위축을 막기 위해선 질병뿐만 아니라 집중호우로 인한 침수 사태, 여름철 가뭄 등 한국적 재난에 대한 예방적 대처가 필수적이다. 재난 인프라 구축은 고용 및 경기부양 효과는 물론 각종 대형 사건·사고에 가장 효과적으로 대비할 수 있는 선제적 조치다.
유럽연합(EU)은 정보통신기술(ICT ) 기반의 신속하고 정확한 과학적 홍수 예·경보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이를 통해 가뭄에 미리 대비할 수 있는 담수화 시설, 홍수를 예방할 수 있는 국가 차원의 과학적 예보 시스템 등을 유럽 차원에서 구축하고 있다.
미국 오바마 행정부도 2008년부터 ‘스마트 SOC’라는 용어를 처음 도입하며 교통·전력·수도 등 사회기반시설에 ICT를 도입해 현대화시켰다. 김원식 건국대(경영경제학부) 교수는 “1960~70년대 주로 지어진 공공시설이 이제 노후화가 많이 진행된 상태”라며 “정부도 이전의 토목형 건설 경기 부양 틀에서 벗어나 재난·의료 부문의 스마트 SOC 투자로 재난 방재와 내수 활성화란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다만 국내에선 이익집단·환경단체 등 시민사회의 극심한 반발로 재난 인프라 구축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부산시는 지난해 6월 국책 사업으로 기장군에 바닷물을 이용해 하루에 수돗물 4만5000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일부 시민사회단체의 어깃장으로 노후화된 사회 인프라를 현대적으로 다시 재설계해야 하는 시점을 번번이 놓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이번 기회를 계기로 ICT를 기반으로 한 ‘재난 컨트롤타워’ 시스템을 도입하는 게 중앙정부가 발휘해야 할 리더십”이라고 강조했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