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예방활동 나선 울산 퇴직공무원 6명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12월 울산시 보건위생과 계장으로 근무하다 퇴직한 강희애(59·여)씨. 강씨는 지난 11일 한 통의 메시지를 받았다. 울산 지역 보건·간호 관련 여성공무원 퇴직자가 모여 만든 단체 채팅방을 통해서다.

메시지를 보낸 사람은 울산 남구보건소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 공무원. 그는 “메르스 예방을 해야 하는데 인력이 부족해요. 주위에 아는 사람 있으면 구해주세요”라고 요청했다. 강씨는 메시지를 보는 순간 2009년 신종플루 때가 떠올랐다. 신종플루는 메르스에 비해 치사율이 높진 않았지만 확산이 빨라 울산에서도 수천 명이 감염됐었다. 강씨는 “당시 매일 같이 직원들과 야근을 해야 했다. 36년 공무원 생활 중 가장 힘들었던 때”라며 “메르스로 고생하는 후배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강씨와 생각을 같이 한 퇴직 공무원은 5명이 더 있었다. 일선에서 물러난 입장이지만 ‘시민의 건강을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은 그대로였다. 이들은 다음날 저녁식사를 함께하며 스스로 근무 일정표를 짠 뒤 남구보건소에 동참 의사를 전했다.

이어 지난 16일부터 울산 고속·시외버스터미널에서 행정직 공무원 2명과 함께 메르스 예방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하루 3~4명씩 오전 9시~오후 2시, 오후 2시~오후 6시로 나눠 발열자나 의심자에 대한 문진표 작성, 체온 확인, 간단한 역학조사와 상담, 의심자 대장 기재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남구보건소 관계자는 “경험 많은 선배들이 선뜻 도움을 줘 메르스 예방 활동에 큰 힘이 된다”며 “본인들은 괜찮다고 하지만 우리가 오히려 미안해 조금이나마 일당을 지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울산=유명한 기자 famou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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