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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치료 … 해열제·수액만으로 메르스 이겼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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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환자 중 한 명이 입원 일주일 만에 퇴원했다. 퇴원자 30명 가운데 최단기 완치자는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의사 박규태(37·사진)씨다. 그는 지난 18일 병원 문을 나서며 “조기에 치료를 시작한 덕분에 해열제와 수액 외엔 특별한 약을 쓰지 않고 나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씨는 11일 메르스 의심증상을 보여 입원했고, 12일 확진 판정을 받은 ‘138번 환자’였다. 입원 후 7일, 확진 후 6일 만에 번호가 아닌 자신의 이름을 되찾았다. 삼성서울병원에서 감염된 의료진 중 첫 번째 완치자이기도 하다.

 그는 메르스와의 싸움을 단기간에 끝낸 비결에 대해 “조기 신고, 조기 진단·치료”라고 요약했다. 상당수 환자는 자신의 증상을 숨기다 상태가 위중한 뒤에야 병원으로 실려오나 이러다간 입원 및 치료 기간만 길어진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박씨가 메르스에 감염된 건 지난달 27일 밤 이 병원 응급실에서다. 당시 가슴에 통증을 호소하는 응급 환자가 들어왔다는 호출을 받고 뛰어갔다. “심부전증이 의심된 환자에게 정신없이 응급 시술을 했다”고 기억했다. 응급실 내 어딘가에 80명을 감염시킨 ‘수퍼 전파자’ 14번 환자(35)가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던 10일 오후 4시쯤 몸에서 신호가 왔다. 박씨는 “몸이 찌뿌드드한 몸살 기운과 열이 느껴졌는데 평소 느끼는 피곤함과는 확연히 달랐다. 열을 재보니 38도쯤 됐다. 이게 메르스인가 싶어 가슴이 철렁했다”고 말했다.

 그의 조치는 신속했다. 즉시 병원 감염관리실에 자신의 상태를 보고했고, 병원은 그를 격리해 메르스 검사를 했다. 이날 오후 11시 양성이 의심된다는 결과가 나왔고, 다음날인 11일 오전 7시 격리병실에 입원했다. 이때쯤엔 전날보다 증세가 심해졌다. “열이 39도 가까이 오르고 근육통이 심해졌다. 뼛속까지 아프니까 덜컥 겁이 났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 검사 결과는 12일 오전에 나왔다. 메르스 확진이었다.

박씨는 다른 메르스 환자와 달리 인터페론 등의 항바이러스제 치료를 받지 않았다. “일찍 치료에 들어간 덕분인지 기침이나 호흡기 증세가 전혀 없었다. 폐렴으로까지 가지 않아 해열제와 수액만으로 치료가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입원 나흘 만에 열이 잡혔고 통증도 사라졌다.

 그의 상태는 같은 병원 혈관외과 의사인 35번 환자(38)와 비교된다. 이 환자는 지난 4일 확진 판정을 받은 뒤 상태가 악화돼 현재 에크모(ECMO·환자의 피를 밖으로 빼내 산소를 넣어 몸에 재주입하는 장치)에 의존하고 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35번 환자는 폐렴 때문에 치료가 길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씨는 “폐렴이 일단 진행되면 약을 써도 잘 듣지 않는다. 병을 일찍 알려 치료를 서두르는 게 최선이다”고 했다.

이에스더·신진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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