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비율 불공정” vs “주가로 비율 정하는 현행법에 따른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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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둘러싼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와 삼성의 법정 다툼이 시작됐다. 19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김용대 수석부장판사)는 엘리엇이 삼성물산을 상대로 제기한 두 건의 가처분 신청에 대해 첫 재판을 열었다. 앞서 엘리엇은 ▶양사 합병을 결의하기 위한 주주총회를 금지하고 ▶삼성물산이 KCC에 매각한 자사주도 무효화해 달라고 법원에 신청했다.

 이날 양측 변호인들은 다음달 1일 판가름 나는 법원 결정을 유리하게 이끌어내기 위해 치열한 논리 공방을 벌였다. 엘리엇은 법무법인 넥서스의 최영익(52·연수원 17기) 변호사를, 삼성물산은 김앤장 김용상(52·연수원 17기) 변호사를 내세웠다. 엘리엇은 먼저 합병의 필요성을 따졌다. 최 변호사는 “지난 4월 9일 엘리엇 측을 만난 삼성물산 고위 임원은 ‘합병 계획이 없다’고 했지만 불과 한 달 반 만에 합병을 발표했다”며 합병은 지배권 승계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김 변호사는 “엘리엇에만 합병 계획을 전하는 건 공시 위반이고, 합병 발표 후 양사 주가가 15% 급등한 게 합병 효과와 필요성을 상징한다”고 즉각 반박했다.

 이어 제일모직·삼성물산의 합병 비율(1대 0.35)에 대해 최 변호사는 “삼성물산 주식이 제일모직의 최소 1배 이상 가치를 가진다”며 불공정하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김 변호사는 “현행법을 따른 것일 뿐”이라며 주가를 기반으로 합병 비율을 산정하는 자본시장법과 대법원 판례를 제시했다. KCC에 자사주를 매각한 것과 관련해선 엘리엇 측이 “삼성물산 주주 이익에 반한다”고 주장했고, 삼성 측은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행사 등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주주를 보호하는 길”이라고 반박했다.

 이날 심리에선 엘리엇이 무단으로 EY한영의 삼성물산 ‘기업가치 분석’ 초안 보고서를 법원에 증거로 제출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김앤장 측은 “보고서의 작성 명의인이 삭제돼 있고 일부만 발췌된 초고”라며 “EY한영으로부터 이 점에 대해 확인도 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EY한영은 엘리엇에 증거 철회를 요청하고 보고서 무단 사용에 대한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현예·백민정 기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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