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향한 국민 마음은 ‘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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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박근혜 대통령에게 ‘바란다’,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해선 ‘힘들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떠올리면 ‘슬프다’.

 역대 대통령에 대한 한국인의 마음 상태를 한 줄로 요약한 것이다. 7년6개월간의 온라인 빅데이터에서 역대 대통령과 관련된 감성을 분석한 결과 한국인들은 ‘대통령에게 바란다’는 말을 가장 많이 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무현·이명박·박근혜 대통령 모두 ‘바람(요구·기대)’ 감성 연관어의 비중이 20% 이상씩으로 가장 컸다.

 전문가들은 이를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허재영 연세대 북한정치연구소 연구원은 “‘대통령 입만 쳐다본다’는 말이 있듯 국민들은 대통령이 실제 권한보다 더 많은 힘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대통령을 나라의 가장 큰 어른으로 보고 문제를 해결해주길 기대하는 국민 정서가 여전히 강하다”(경남대 김근식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분석도 나왔다.

 특히 한국인들은 박 대통령을 언급할 때 ‘바람’의 감정을 자주 표출했다. 박 대통령이 언급된 글에 담긴 바람 연관어의 비율은 35%로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높았다. 블로그 글 10만 건당 언급 건수를 보면 대선 직후(2012년 12월 19일, 1222건)와 취임 당일(2013년 2월 25일, 404건)에 관련 언급이 가장 많았다. 세월호 침몰(2014년 4월 16일), 해경 해체 선언(2014년 5월 19일) 때도 ‘대통령에게 바란다’는 말이 두드러졌다. 명지대 신율(정치학) 교수는 “박 대통령이 현직에 있기 때문”이라며 “박 대통령이 사회·경제적 문제들을 잘 해결하지 못하면 실망이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이름이 포함된 글 중에서는 ‘바람’에 이어 ‘슬픔(17.3%)’이 많았다. 슬픔 연관어를 분석해보면 ‘힘들다(11.4%)’는 단어가 눈에 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2009년 5월 23일) 직후엔 10만 건당 222건으로 가장 많았다. 서울대 강원택(정치학) 교수는 “이명박 대통령은 4대강, 미네르바 사건, 광우병, 용산참사 등을 겪으며 불통 이미지가 커져 국민들이 힘들다고 느꼈던 것”이라고 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 다른 대통령에 비해 ‘슬픔(20.9%)’의 감정이 두드러졌다. 경희대 김민전(정치학) 교수는 “노 전 대통령의 안타까운 죽음에 대해 연민의 정이 나타난 것”이라고 했다.

◆특별취재팀=정강현(팀장)·유성운·채윤경·손국희·조혜경·윤정민 기자 fon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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