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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사이…윤병세 외교부장관의 현명한 방일결정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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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수교 50주년을 기념해 한·일 국회의원 친선축구대회가 열렸습니다.
9년 만에 열린 경기라네요.

얼어붙은 한·일 관계 속에서
양 국 의원들은 잠깐이나마 웃음꽃을 피웠습니다.

그러나 요즘 한·일 관계는
축구경기 때처럼 웃음이 가득하진 않았습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 윤병세 외교부 장관, 왕이 중국 외교부장(왼쪽부터)이 지난 3월 21일 서울에서 열린 3국 외교장관회의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5년은 박근혜 정부 3년차,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그런데 아직 윤병세 외교부장관은 공식적으로 일본을 한 번도 방문한 적이 없습니다.

어쩌다 그렇게 된 걸까요?


양국관계가 꼬이기 시작한 건 2년 전, 2013년 봄입니다.
윤 장관은 부임 직후인 4월에 일본 갈 계획을 세웠죠.

박근혜 정부는 외교부 장관을 일본에 먼저 보내
‘좋은 그림’을 그려보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바람은 바람일 뿐이었습니다.

[일본국회의원들이 단체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합니다]

윤 장관이 일본을 방문하기 직전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은 야스쿠니 신사를 찾았습니다.

이에 외교부는 뱃쇼 고로 주한일본대사를 외교부로 불러들여 항의했고
윤 장관은 일본 방문을 전격 취소했습니다.

이후 일본은 한·일관계를 더욱 악화시켰습니다.

일본은 일제 강제징용시설이 있는 하시마 탄광(일명 군함도)을 비롯해
7곳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려 했습니다.

또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보상 문제를 두고 여전히 '못 본 척'합니다.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비난에도 일본은 아랑곳 하지 않습니다.


오는 8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종전 70주년 담화를 발표할 예정입니다.

이 자리에서 아베 총리는 역사왜곡에 관해 사과를 할지,
망언을 이어갈지 모를 일입니다.


이처럼 갈수록 악화되는 한·일 외교관계에서
윤 장관은 3년 만에 일본방문을 결정했습니다.
일본에 먼저 손을 내미는 ‘통 큰’ 결정을 내린 셈이죠.

물론 양국 간의 물밑접촉이 있기에 윤 장관의 결정도 가능했으리라 생각합니다.

지난 5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일 재무장관회담에 나섰죠.
비슷한 시기 한민구 국방부장관 역시 일본과 대화의 물꼬를 텄습니다.
최근 경제·안보분야에서 한국과 일본은 대화를 시도해왔습니다.

[일본·미국은 친해지는데 한국은 일본과 달리 미국·중국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윤 장관의 방일결정에 기대를 거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일본 역시 한국이 먼저 내민 손을 맞잡아야 합니다.
그래야 국제사회도 일본의 진심어린 사죄를 받아들일 것입니다.

한국은 꼬일 대로 꼬인 한·일 간 역사왜곡은 바로잡되
경제·안보 등 다른 분야에선 협력하는 ‘투 트랙’ 전략이 필요합니다.

한·일 관계는 켜켜이 쌓인 역사왜곡문제로 분노 섞인 ‘열정’만 남았습니다.
열정도 필요하지만 ‘이성’을 갖고 실리도 추구해야 합니다.

윤 장관의 이번 일본 방문이 '냉정'과 '열정' 사이에서
양국의 묵은 앙금을 해소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