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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 분야 폭넓게 도전, 자신의 특장점 파악이 첫걸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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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대학입시에 입학사정관제가 도입된 뒤 대학들이 시험 성적과 함께 학생들의 비교과 활동도 입시에 많이 반영하고 있다. 그 때문에 진로를 정확하고 빠르게 결정해 다양한 활동을 하는 것이 대학입시에서 유리하다는 분석이 많다.

진로탐색 프로그램(CLP)에서 초·중·고 학생 멘토를 맡고 있는 대학생들에게서 진로를 결정하기까지 고민했던 경험담을 들었다.

중앙일보와 청담러닝이 함께 마련한 CLP는 변화하는 미래 사회를 대비해 분야별 전문가 강연과 프로젝트·캠프를 통해 진로를 설계하는 프로그램이다.

대학 화학실험 과정 고교생 때 2개 수료

“관심 분야에 대해 깊고 폭넓게 배우는 태도가 중요해요.”

진로를 설계할 때 가져야 할 태도에 대한 박현지(여·서울대 환경재료과학과 4)씨의 조언이다. 그는 “관심 분야를 넓힌다는 마음으로 많이 도전하고 경험하라”며 “평소 자신의 귀를 쫑긋 세우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 보면 하고 싶은 일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고교 때 피부질환에 관심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화장품·의약품 같은 피부 제품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되면서 고교 때 화학 과목을 좋아했다. 관심은 화학 심화과목인 화학II 공부로 이어졌고, 이는 대학 합격의 발판이 됐다. 교수들 앞에서 화학 문제를 풀며 발표하는 심층면접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다양한 연구실험 경험도 도움이 컸다. 대학 과목을 미리 배우는 선이수제(UP) 프로그램에 참여해 고교 때 대학 화학실험 과정 2개를 수료했다. 갯벌 탐사 같은 각종 환경 프로그램에도 참여해 관심의 폭을 넓혔다.

그는 진로를 찾는 또 다른 방법으로 “대학의 고교생 대상 프로그램이나 각종 강연회·박람회 등을 활용해 보라”며 “각 분야 전문가를 만나는 CLP도 진로를 설계할 때 고려할 요소를 알 수 있어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돌아보며 자아 발견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찬찬히 살펴보는 일이 중요해요.”

양지원(여·서울대 자유전공학부3)씨는 진로를 고를 때 “사회적 관점보다 자신의 특장점부터 파악하는 일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자유전공학부의 특성에 따라 대학에서 ‘인적자원개발’이라는 새로운 전공을 스스로 만들어 공부 중이다.

그는 처음엔 교육학과로 진학하려 했지만 인간의 다양한 내적 요소와 잠재력을 공부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후 대학에서 다양한 학문을 접목하면서 자신만의 전공을 만들고 있다.

이런 결정을 내리기까지 그는 수시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예를 들어 큰 표를 그려 자신의 장단점과 가고 싶은 학과들을 나열했다. 그걸 왜 해야 하는지 자문하고 반박하면서 타당성이나 근거가 부족한 것은 하나씩 지워 나갔다. 그 결과 자신의 특장점에 맞는 진로와 전공이 4~5개로 좁혀졌다.

이는 단기간에 결론을 낸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다양한 활동을 통해 다듬은 결과다. 공부방 봉사활동, 청소년을 위한 강연 기획 같은 다양한 체험을 하고 관련 책을 찾아 읽으며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되물었다.

그는 “사회적 시선에서 단정짓기보다 자신의 특징을 찾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버지 조언 덕분에 이공계로 진로 바꿔

“가족과 많이 얘기해 보세요. 자신을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이니까요.”

최윤하(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4)씨는 문과에서 이공계열로 진로를 바꾸게 된 얘기를 들려줬다. 그 결정엔 “부모와의 대화가 도움이 컸다”고 회상했다.

적성검사에서도 1~3위가 모두 문과로 나왔다. 학교 진로상담 때도 문과를 추천받았다. 시험 성적이 좋아 주변에선 의대를 권유했다. 사회적 시선과 평판을 생각해 의사에 잠시 관심을 뺏기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의대에 가지 않은 것을 잘했다고 생각한다. 또한 내년엔 졸업하면 창업할 계획까지 세우고 있다.

그는 “생각의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내가 새로운 일을 벌이고 창의적인 물건을 만들기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아버지와 대화하면서 열쇠를 찾았다”고 말했다.

아버지가 성장 과정을 지켜보며 알게 된 그의 특징을 짚어줬다. 기계 분야 엔지니어인 아버지가 만들기를 좋아하는 그의 성향을 꿰뚫어본 것이다. 그는 이를 토대로 대학 입학 홈페이지에 소개된 이공계 학과들을 모두 살펴봤다.

자신의 특성에 맞춰 전공별 교육과정, 진출 분야 등을 뜯어보며 자신의 흥미를 유발하는 학과들을 골랐다.

그는 자신이 멘토로 활동하고 있는 CLP를 예로 들며 “내가 중·고교 때 각 분야 전문가를 만날 기회가 있었다면 아버지와의 대화가 더 풍성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식 기자 park.jeongsi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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