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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메르스 사태 장기화를 막기 위해 할 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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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4차 감염자가 늘어나면서 사태 장기화가 우려되고 있다. 특히 삼성서울병원의 응급실 이송요원인 137번 환자는 증상 발생 후 격리되지 않은 채 300여 명과 접촉했다. 대전 대청병원에서 파견근무를 하다 감염된 143번 환자는 부산지역에서 700여 명과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규모 3차 유행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환자들이 방역 당국의 통제권 밖을 벗어나 지역 감염으로 확산되면 그만큼 메르스를 잡기 어려워진다.

 15일 현재 환자는 150명, 격리자는 5000명을 넘어섰다. 환자 수가 더 늘어나면 치료 병원과 의료진의 수용 능력도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 메르스 사태가 길어질수록 경제에 미치는 타격이 커진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5일 “메르스 사태가 장기화되면 하방 리스크가 확대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한국경제연구원은 메르스 사태가 8월 말까지 갈 경우 국내총생산(GDP) 손실액은 20조922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메르스가 3개월째 이어지면 격리자 수가 2만 명을 넘고, 감염자는 648명에 달해 우리나라 생산·소비·수출까지 지대한 손실을 끼친다는 것이다.

 따라서 사태가 장기화되기 전에 3차 유행이라는 ‘큰불’을 잡아 국민의 불안감부터 가라앉히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방역 당국, 의료 당국, 국민 모두 현재까지 밝혀진 과학적 사실에 근거해 대응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메르스는 중동지역의 사례와는 다른 점이 적지 않다. 50세 이상 고령자에게 주로 발생한다는 것이 기존 통설이었지만 우리나라 환자의 3분의 1 이상이 50세 미만 젊은 층이다. 삼성서울병원의 2차 유행을 보면 꼭 긴밀한 접촉이 아니더라도 전파될 가능성을 보여 준다. 보균자의 감염 능력이 강력하면 같은 공간 내 공기 중으로 전파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또 기저질환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 위험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한국에선 평소 지병이 없는 감염자 2명이 사망했다. 건강한 젊은이도 위험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현재 치사율(10.6%)을 볼 때 사우디아라비아처럼 40%대의 치명적인 전염병은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 따라서 메르스 확산을 막기 위해 민관 모두 총력을 기울이되 과학적 근거가 없는 공포감의 확산은 경계해야 한다.

  환자의 수가 늘거나 줄어드는 데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말고 차분한 대응이 필요하다. 2009년 신종 플루 사태 때도 환자 추세에 따라 ‘냄비’처럼 끓었다 식었다 하다가 8월 중순 촉발된 사태가 연말까지 지속됐다.

 사태가 길어지면서 피로가 누적되는 의료진에 대한 지원대책도 이뤄져야 한다. 메르스 치료와 진료에 동원된 전문의와 이를 지원하는 전공의들은 과도한 업무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메르스 치료 병원에 전문인력을 파견 지원하는 방안을 정부에서 검토할 만하다. 민관이 힘을 합쳐 과학적 근거에 입각해 냉철하면서도 끈질기게 대응해야 메르스 사태의 장기화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