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규 기자|토지거래신거지역 급조 추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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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부가 발표하는 정책내용이 석연치않을때면 으례 기자실의브리굉과정서부터 소란스럽게 마련이다. 26일 토지거래신고제실시건이 바로 그런케이스였다. 오전의 발표분위기가 질문과 답변들이 뒤엉키면서 심상치않더니 저녁6시가 넘도록까지 신고대상지역을 추가하느라고 야단이었다.
따지고보면 정말 별것도 아닌 우여곡절을 정리해보자.
이날 경제기획원이 당초에 발표할 내용은 정부가 투기조짐이 일고있는 지역에 대해서 조만간 토지거래 신고제를 처음으로 실시하겠다는 기본적인 정책방향이었다.
그러던 것이 브리핑직전인 11시께 토지거래 신고및 특정지역고시를 실시하겠다는 구체적인 대상지역명단까지 추가로 나왔다.
실무부서인 건설부로부터 갑자기 명단을 넘겨받은 경제기획원 관계자들도 뜻밖이라는 표정.사정이 어떻게 달라졌든간에 원래 약속이 그게 아니였던 모양이다.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져나왔다.
『대상지역 이름까지 발표하면서 왜 실시시기는 12월하순에가서 결정하겠다는 것인가』『특정지역고시까지 하면서 전예를깨고 1개월이상이나 실시시기를 늦추는것은 정부가 투기꾼들이 도망갈 구멍을 만둘어주는것이나 다름없지 않는가』『대상지역외 이름들이 모두중부내륙지방인것을 보면 서울∼대전간의 고속도로 신설노선이 내륙노선으로 확정되었음을 정부스스로 시인하는 것이 아닌가』등등….
시비의 초점은 결국 서울∼대전간의 신설고속도로노선으로모아졌다. 내륙노선이든 서해안노선이든 이미 결론은 나 있다는 소문이 과다했던터라 당연한 관심이었다.
기획원측의 설명인즉 『우리도어느쪽으로 결정되는지모른다. 다만 내륙노선쪽의 땅값이 계속 올라 투기조짐이 보이고있기 때문에 신고제를 실시하겠다는 것이다. 서해안노선쪽은땅값이 오르지 않았기때운에 제외된것이다. 절대 오해하지말아달라.』
그러나 하루해도 채 못넘긴저녁 6시15분쯤 서해안 노선쪽의 12개지역도 신고대상에추가시킨다는 통고가 기획원으로부터 신문사로 전화통고가 왔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의심의 소지나 눈치챌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던 모양이다.
대관절 왜 이처럼 법석을 떨어야 하는지 알다가도 모를일이다. 땅값이 안올랐기 때문에 신고대상지역에서 제외시켰다던 서해안지역이 반나절사이에 갑자기 투기가 일기 시작했단 말인가. 그것도 으후에 열렸던 당정협의결과 서둘러 이들 서해안지역을 추가시키기로 했다는 이야기다.
토지거래신고제를 실시하는데 특별한 준비과정이나 행정절차가 필요한것도 아닌데 실시시기를 굳이 늦춰놓고 공포탄만 쏘는 이유는 또 뭔가.
결국 모든 궁금증의 불씨는 발표를 미루고 있는 서울∼대전간의 고속도로 신설로선에서비롯되고 있는것이다. 어느쪽으로 길을 낼것이냐를 따진 타당성조사도 이미 끝내고 측량에 필요한 예산까지 신청해놓고 있는 마당이다.
이렇게 뻔한 일을 어렵게 처리하는것을 보면 행여 선거때문에 노선을 결정해 놓고도 발표는 선거뒤로 미루려는 깊은뜻이 있는게 아닌가 하는 오해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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