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대화와 국방태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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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북한에서 흔하게 벌어지던 군사퍼레이드가 72년부터는 자취를 감추었다. 북한의 군사시설들은 대부분 지하화돼 있다.
그 때문에 각국 군사력의 동태파악에 종사하고 있는 미국·일본의 전문가들은 북한을 가리켜 『체계적인 방법으로는 그 군사력을 산출·평가하기가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곳』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의 북괴군 병력은 총 완료한 특공대가 10만명을 갖추고 있고, 3천1백여대의 탱크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움직일수 없는 사실로 밝혀져 있다.
따라서 병력규모는 62만2천명의 우리국군보다 16만명이 더많다. 10만특공대는 어쩌면 세계최대의 규모가 될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추측하고 있다.
60만 국군이 세계 제4의 대군임을 자랑하던 시대는 이미 10년전에 지났다.
인도와 공산 월남, 북한이 우리를 추월하여 한국은 병력수에 있어서 세계7위로 밀려나 있다.
북한이 20여만명의 병력을 늘린것은 남북대화가 시작된 72년 이후의 일이다. 이것은 70년대 초반에 찾아왔던 한반도의 데탕트기에 해당된다.
최근 남북대화가 움트고 있는것과 때를 같이하여 북으로부터 다시 불길한 뉴스들이 들려오고 있다.
북한은 대규모의 기계화부대를 재편성하여 미사일 무기와 함께 휴전선 부근으로 남진 배치했고, 소련으로부터 미그전투기와 스커드미사일을 도입했다는 보도들이 그것이다.
이같은 북한의 군사적 동태는 안정과 평화를 희구하는 민족의 염원과 남북대화를 주시하는 세계의 기대를 다같이 거역하는 도발행위라 아니할수 없다.
화전 공수의 양면작전이 공산주의 전략의 기본이라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북한은 항상 전투과 공격을 위해 평화와 방어를 위장해았다.
최근의 북괴군 동태가 남북대화를 가장한 군사력 증강 내지 군비태세의 강화가 아닌가 의심케하는것도 그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 속에서 22일 국방부는 전군 주요 지휘관회의를 소집, 북한의 기습남침에 대비토록 지시했다.
북한이 우리의 총선을 겨냥한 국론분열과 86아시안게임, 88올림픽의 방해를 위해 위장평화공세와 병행하여 각종 도발행위를 강화할것이라고 강조한 윤성민국방장관의 지저은 적절한 것이며 명심해 두어야할 사항이다.
무장평화상태의 이땅에서 대화나 협상은 강력한 힘의 보호나 배경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양측이 체제나 이념에 있어서 서로 적대적이고 전쟁관계까지 가졌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남과 북에서 다같이 평화와 복지를 실현하는 것이 우리민족의 최대과제다. 이것은 남북의 대화와 협력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우리 국군은 국토방위에 추호도 소홀함이 없게 하여 모처럼 재개된 남북대화가 반드시 성공할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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