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투련」사건 시말을 보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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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난 14일 일어난 서울소재 3개 대학생 2백60여 명의 민정당사 농성사건은 경찰의 수사전모 발표로 그 진상과 함께 당국의 처리방향이 밝혀졌다.
연행되어 조사를 받던 학생들 가운데 19명이 구속되고 1백86명이 즉심에 회부된것은 경위야 어떻든 가슴아픈 일이다.
경찰은 이번 사건이 의식화된 일부 학생들의 체제전복을 위한 정치투쟁의 일환이었다고 발표했다.
사건을 주동한 것으로 알려진 이른바 「전국민주화투쟁학생연합」(민투련) 스스로도 이번 일을 『민중지원투쟁』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자신의 주장을 일반사회에 보다 분명하고 충격적으로 알려주기 위해서는 『가두시위, 폭력난동, 기물파괴, 공공기관 점거 등 과격시위가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으며, 그밖에 플래카드, 전단, 지하신문 등의 적극적인 활용을 꾀해온 것으로 당국은 밝히고 있다.
경찰의 조사로 미루어 최근의 학생운동이 학생운동 본래의 궤를 벗어나 정치 투쟁화하고 있지 않나 하는 우려를 갖게 하는 것은 사실이다. 다 알다시피 의사표시의 자유는 민주시민의 기본적인 권리의 하나다.
자신의 의사를 표시하기 위해 시위를 할 수 있는 권리 역시 천부적인 기본권인 점에서는 마찬가지다. 당연히 존중되어야하며, 시민들은 이를 선용할 권리가 있다.
그러나 비록 자유기본권의 하나라 해도 법이 허용하는 범위를 벗어날 수는 없는 것이다.
무엇보다 그 의사표시의 한계는 평화적이어야 한다. 「시위의 자유」란 「의사를 자유롭게」표현할 수 있는 자유를 뜻하는 것이지 폭력을 수반하는 자유까지 허용한다는 뜻은 아니다.
학생운동이라고 해서 폭력이 용서될 수는 없고 법을 위반한 행위에 대한 응분의 처벌이 가해지는 것은 법질서유지를 위해 불가피한 일로 받아들여야하는 것이다.
민주주의와 인권개념이 가장 발달했다는 구미 선진국에서도 의사표시의 자유와 폭력의 자유를 동시에 허용하지는 않고 있다.
미구에서는 무기를 들고 살상을 하거나 기물을 부수는 등 명백하고도 현재하는 위험이 없는 한 시위의 자유는 보장하고 있다. 단순히 그런 위험이 예견된다는 이유만으로 국민의 기본권인 집회 및 시위의 자유에 대해서 어떤 제약을 가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그런 나라에서조차 시위가 폭력화하면 가차없이 제지하고 엄중한 처벌을 한다. 의사표시의 자유를 허용하면서도 한계를 지키도록 엄격히 요구하고 있다.
민정당사에서 농성했던 학생들의 14개 요구사항에는 ▲비례대표원칙을 무시한 선거법 개정 ▲최저임금제 보장 ▲학도호국단의 폐지 ▲추곡가인상 ▲무허건물 철거중단 ▲재야인사의 전면해금 ▲집시법 및 언기법의 폐지 ▲문교장관의 사퇴 등이 들어 있었다.
이런 요구조건 가운데는 누가 보아도 학생들의 신분에 비추어 온당한 것이라고 하기 어려운 것이 많다. 더우기 그것을 표현하는 수단이 당사의 점거, 파괴이었기 때문에 동의를 구하기 더욱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시국을 주도해야할 국회는 국민의 어떤 요구도 경청하고 이를 수렴할 수 있는 도량을 가져야한다. 어떤 사건을 사법적인 또는 형사적인 처리로 끝내고 만다면 문제의 해결은 기약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이번 불행한 사건을 통해 국회는 보다 국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정당 또한 국민과 호흡을 같이하는 국민의 정당으로서 발돋움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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